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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까지 마쳤는데… 포항 재건축 백지화 파문

입력
2014.08.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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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골' 재건축조합 자진 해산 시공사 부도 등으로 설립 8년만

이주비 대출 이자·주택 수리비 등 조합원들 수천만원 빚더미 앉아

시공사 부도 등으로 조합원들이 자진해산을 결정한 포항시 사장골 재건축 추진 단지.
시공사 부도 등으로 조합원들이 자진해산을 결정한 포항시 사장골 재건축 추진 단지.

경북 포항시 득량동 ‘사장골’ 단독주택단지 재건축사업이 백지화함에 따라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조합원들은 이주까지 마쳤다가 무산되는 바람에 가구별로 수천만원의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경북 포항시 득량동 사장골에 살던 배모(44)씨는 요즘 재건축만 생각하면 울화가 치민다. 번듯한 새집을 기대했지만 이주비 대출금 이자와 재입주 과정에 들어간 기존 주택 수리비 등 수천만원의 손실만 보았기 때문이다. 2008년 3월 재건축이 본격화함에 따라 시공사가 이자를 대납해주는 조건으로 연리 9.6%의 고금리로 신협에서 5,000만원을 빌렸지만 4개월 뒤부터 시공사는 경영난을 이유로 모르쇠했다. 매달 40만원의 이자를 꼬박꼬박 내 온 배씨는 견디다 못해 2012년 10월 원래 살던 집으로 되돌아왔다. 수도꼭지와 보일러, 대문까지 사라진 집을 고치느라 2,000만원이나 들었다.

배씨와 함께 동네를 떠난 이웃들도 하나 둘 대부분 되돌아왔다. 시공사는 워크아웃에 이어 결국 부도가 나는 바람에 새로운 시공사를 구하기 전에는 사업추진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주를 마친 가구는 재건축정비사업조합원 69가구 중 39가구. 28가구가 되돌아왔고, 나머지 11가구는 형편이 되지 않아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

다시 찾은 마을은 도시가스도 없고 오폐수처리시설 등이 열악, 불편함이 이만저만 아니다. “사업을 접자”는 여론이 들끓었고, 백방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공사를 구하지 못하자 우여곡절 끝에 조합 해산으로 가닥이 잡혔다.

포항시에 따르면 북구 득량동 108의 2 일대 ‘사장골 단독주택 재건축 정비사업 조합’이 지난 4일자로 최종 해산됐다. 조합원 69명 중 78%인 54명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조합해산에 동의했다. 2006년 조합 설립 후 이뤄진 각종 인허가도 무도 무효화됐다.

사장골 단독주택 재건축단지는 조합원 69명이 1만7,602㎡ 부지에 238가구의 아파트를 짓기로 하고 2006년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데 이어 2008년 1월 S종합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으나 그 해 몰아친 글로벌금융위기 등으로 시공사가 쓰러지면서 표류를 거듭해 왔다.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전창순(69)씨는 “재건축에 부푼 희망을 안고 지난 8년을 기다렸지만 돌아온 건 수 천만 원의 빚뿐이었다”며 “해산을 결심하기 쉽지 않았지만 미련을 버리고 집값이라도 제대로 받자는 마음에 주민들이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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