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유씨 '공소권 없음' 처분… 장남 대균씨 등 추가 구속기소
검찰이 유병언(73·사망) 전 세모그룹 회장 도피 총괄 지휘자로 매제인 오갑렬(60) 전 체코 대사를 지목했다. 검찰은 12일 사망한 유씨에 대해 ‘공소권 없음’ 처분했으며 유씨 장남 대균(44)씨를 구속 기소했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헌상 2차장검사)은 이날 유씨 일가 비리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오 전 대사를 유씨 도피를 총괄 지휘한 혐의(범인도피 교사)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유씨 여동생이자 오 전 대사의 부인인 경희(56)씨는 기소유예 처분됐다.
오 전 대사 부부는 4월 말~5월 10일 유씨에게 수사상황, 여론동향 등이 적힌 편지를 전달하고 유씨로부터 지시사항이 적힌 쪽지를 받아 이행하거나 전파한 혐의를 받고 있다. 편지 전달책은 자수 후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김 엄마’ 김명숙(59·여)씨였다. 오 전 대사 부부는 4월 말 구원파 신도에게 경기 양평군 별장을 유씨 은신처로 제공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오 전 대사는 유씨와 친인척 관계로 범인 은닉·도피 혐의가 적용되지 않아 교사 혐의만 적용했다”며 “이들 부부는 구원파 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6월 12일 전남 순천시 별장 ‘숲 속의 추억’ 인근 매실 밭에서 숨진 채 발견돼 지난달 21일 사망이 최종 확인된 유씨에 대해 공소권 없음 처분했다. 유씨는 사진 대금 등 명목으로 계열사 자금 1,291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를 받았다. 증여세 169억원을 포탈한 혐의(조세 포탈)도 받았다.
검찰은 또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 자금 35억원 등 계열사 자금 73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대균씨와 도피 조력자 박수경(34)씨, 구원파 신도 하모(35·여)씨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특별수사팀이 구성된 4월 20일 이후 114일 동안 수사를 벌여 유씨 일가와 측근 10명, 도피 조력자 11명 등 모두 29명을 구속 기소하고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유씨 일가가 불법 취득한 계열사와 구원파 자금은 약 1,793억원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지난달 자수한 유씨 운전기사 양회정(55)씨와 ‘김 엄마’ 김씨에 대해서는 권총, 현금 등이 담긴 유씨의 도피용 가방 등과 관련해 보완 수사한 뒤 구속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가방은 압수 당시 테이프가 말려 있는 상태로 김씨는 내용물을 몰랐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검찰은 앞으로 유씨 차남 혁기(42)씨 등 해외 도피자의 국내 송환과 유씨 일가 차명 재산을 조속히 환수할 수 있도록 법무부, 미국 국토안보수사국 등과 적극 공조할 계획이다. 또 과거 세모그룹 회생과정에서 제기된 특혜 의혹 부분도 수사하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청해진해운이 유씨 일가와 계열사에 상표권 사용료 등을 무리하게 지급해 재무구조가 악화됐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과적, 과승, 불법 구조 변경을 자행하고 선박 관리, 안전 교육 등을 소홀히 해 세월호 침몰의 한 원인을 제공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수사 의의를 밝혔다.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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