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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미소, 우울증에 스러지다

입력
2014.08.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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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시인의 사회' 교사 키팅역

로빈 윌리엄스 자살 추정 사망

최근까지 약물 중독 치료받아

오바마 "세상 한명뿐인 사람"

‘죽은 시인의 사회’(1989)의 키팅 선생님으로 유명한 미국 배우 로빈 윌리엄스(사진)가 11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티뷰론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향년 63세. 사인이 질식사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 윌리엄스의 공보 담당자는 “고인이 우울증을 앓았고 마약 중독 치료를 받고 있었다”고 전했다. 부인 수전 슈나이더는 “오늘 아침 남편이자 가장 친한 친구를 잃었고 세상은 가장 사랑 받는 예술가 중 한 명이자 아름다운 인간을 잃었다”며 “그의 죽음보다 그가 수백만 사람에게 준 기쁨과 웃음의 순간들을 기억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그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사람이었고 인간 정신의 모든 요소를 어루만져 줬다”고 애도했다.

시카고에서 태어난 윌리엄스는 1970년대 후반 ABC 방송의 시트콤 ‘모크 앤 민디’에서 주연으로 활약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한국에 자신의 존재를 알린 건 ‘굿모닝 베트남’(1987)과 ‘죽은 시인의 사회’였다. 영어교사로 출연한 ‘죽은 시인의 사회’는 현대 교육제도의 맹점을 비판하며 삶의 가치를 일깨워 국내 교육계에도 반향을 일으켰다.

전성기는 불혹을 넘긴 1990년대였다. ‘미세스 다웃파이어’(1993), ‘버드케이지’(1996), ‘잭’(1996), ‘굿 윌 헌팅’(1997), ‘바이센테니얼 맨’(1999) 등 흥행작이 이어졌다. 2000년대 들어선 스릴러 ‘인썸니아’(2002)와 ‘스토커’(2002)에서 악역을 맡아 변신을 시도했다.

‘박물관이 살아있다’(2006, 2009) 시리즈로 녹슬지 않은 코믹 감각을 과시한 그는 최근까지도 ‘버틀러:대통령의 집사’ ‘페이스 오브 러브’ 등에 출연하며 활동을 이어갔다. 유작인 ‘박물관이 살아있다3’와 ‘메리 프리징 크리스마스’는 연내 미국에서 개봉한다.

37년 간 100편의 TVㆍ영화에 출연한 그는 ‘굿 윌 헌팅’으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고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선 여섯 차례나 수상했다.

자선 활동에도 열정을 쏟았다. 전처 마샤 윌리엄스와 자선단체 윈드폴 파운데이션을 설립했다. 2010년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뉴질랜드의 재건을 돕는 데도 힘을 보탰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고통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데뷔 초부터 마약과 알코올에 빠져 지내던 그는 1980년대 초 동료가 마약 중독으로 요절하자 20년간 약물을 끊었다. 그러다가 2000년대 들어 다시 알코올 중독과 재활 치료를 반복했고 2009년 심장 대동맥 판막 수술을 받은 뒤 최근까지도 약물중독 재활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약물과 싸우는 와중에도 그는 가족을 먼저 생각했다. 지난해 TV 토크쇼에서는 자녀들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도 지난달 딸의 스물다섯 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글이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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