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부지검 형사1부(부장 차맹기)는 12일 지적ㆍ정신장애인 보호시설인 인강원에서 장애인들을 상습적으로 폭행ㆍ학대한 혐의로 생활재활교사 이모(57ㆍ여)씨와 최모(57ㆍ여)씨를 구속 기소했다. 장애인들의 급여와 장애수당을 횡령하고 보조금을 가로챈 인강원 운영자 이모(63ㆍ여)씨도 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인강원 교사인 이씨와 최씨는 2010년 1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4년간 지적장애인 18명을 상습적으로 폭행하며 심각한 인권유린 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최씨는 지적장애 1급 장애인을 마구 폭행해 고관절 골절상 등 중상해를 입히는가 하면, 별다른 이유 없이 장애인들을 산으로 데려가 몽둥이로 때리기도 했다. 이씨는 30㎝ 쇠자로 장애인들의 손바닥을 10~50회씩 때렸다.
또 운영자 이씨는 시설 장애인들의 급여 약 1억5,000만원을 횡령하고 장애인들의 해외여행 경비로 나오는 수당 2,000만원을 교사들의 여행비용으로 썼다. 1999년부터 작년까지 12억원의 보조금을 유용한 사실도 밝혀졌다. 검찰은 서울시 보조금과 보호작업장 수익금을 유용한 인강원 이사장 구모(37)씨도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판 도가니 사건’으로 불릴 만큼 끔찍한 인강원의 인권유린 실태는 지난해 9월 인강원의 생활재활교사 5명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1968년 설립된 인강원에는 300여명의 정신지체 장애인이 생활하고 있었는데, 2010년부터 일부 교사의 상습 학대에 참다 못한 동료 교사들이 내부 고발을 한 것이다. 이에 인권위는 지난 3월 인강원에 대한 직권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사장 구씨 등 5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어 20여개 장애인ㆍ시민단체가 모인 ‘인강재단 장애인인권유린 및 시설비리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꾸려져 엄중한 수사를 촉구했다. 서울시도 4월 장애인 학대 등을 이유로 인강원 재단 이사진에 대한 해임을 통지하고 보조금 환수처분을 통고했다.
강상준 서울복지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인권위의 검찰 고발 후 가해자와 피해자가 인강원에 여전히 함께 있는 상황에서 수사가 진행돼 가해자들이 피해자들에게 폭행당한 사실을 번복하는 내용의 거짓진술서를 강요하는 등 2차 피해가 발생했다”며 “지금이라도 구속 기소 의견이 나온 것은 다행스럽지만 재판결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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