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길 주 아르헨티나 대사
프란치스코 교황이 취임 후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한국을 14~18일 사목 방문한다. 이를 통해 한국과 교황의 모국인 아르헨티나와의 협력관계가 새롭게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교황의 방한은 1989년 10월 제44차 세계성체대회 때 이뤄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방한 이후 25년 만에 실현되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정부지원위원회를 지난 3월 발족시켜 행사 준비를 지원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4일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하고, 다음날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에 참석하며, 16일에는 한국 천주교 순교자인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 미사를 집전한 후 충북 음성 꽃동네를 방문한다. 이어 방한 마지막 날인 18일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명동대성당에서 집전하면서 세계 유일한 분단 현장인 한반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의미를 뜻 깊게 되새기기 위해 주 아르헨티나 한국 대사관은 지난달 16일 ‘차스코무스 오케스트라’의 교황 방한 헌정 음악회와 7월 18일~8월 10일 ‘사진으로 보는 교황과 아르헨티나의 한인들’ 제하의 사진전을 각각 개최했다.
‘일어나 비추어라’라는 교황 방한 기념 로고에서 볼 수 있듯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방한을 통해 교회가 울타리 안에 안주하기보다는 어려움이 가득한 현실세계 속으로 뛰어 들어가기를 강조하는 데 큰 의미를 둘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 교회가 물질적 성장과 발전을 향해 질주하는 세상 속에서 양극화로 인해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어려움을 함께 할 수 있기를 촉구하면서 세계 평화를 가장 크게 위협하는 지점이기도 한 한반도에서 남북한의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열어가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희망을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인 거주 지역인 플로레스에서 과거 주교로 근무할 당시 한인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는 등 아르헨티나 거주 우리 동포들과 인연을 맺어 왔다. 특히 자신의 초청으로 1993년부터 지금까지 20년 이상 시내 알바레스 시립병원에서 현지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성가 소비녀회(Peque?as Siervas da la Sagrada Familia)’의 한인 수녀들과는 지금도 연락을 주고받는 등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한인 사회와 특별한 인연을 쌓아온 프란치스코 교황은 특히 지난 2월 부에노스아이레스시(市) 인근 산 마르틴 교구의 보좌주교로 아르헨티나 이민 동포 출신인 문한림 주교를 임명함으로써 해외 첫 한인 동포출신 주교의 출현을 낳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이는 아르헨티나 가톨릭 교회와 우리 가톨릭 교회간 협력관계 발전은 물론, 양국 국민 간 이해 제고와 우호 증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1962년 2월 외교관계를 수립한 한국-아르헨티나 양국의 교역 규모는 2002년 약 4억2,000만달러에 머물렀으나, 지난 10년 동안 5.7배 이상 증가해 2012년에는 사상 최고 규모인 24억달러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인적 교류도 활성화하고 있다. 특히 1965년 우리나라 최초의 농업이민으로 시작된 아르헨티나 이주를 통해 현재 2만5,000여명의 한국인들이 정착해 거주하고 있어 양국간 협력 관계 발전의 기반을 이뤄가고 있다. 최근에는 한류 확산에 힘입어 문화 교류ㆍ협력 역시 활발해지고 있다.
한국-아르헨티나 협력 관계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과 문한림 주교 서품 등을 통해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맞고 있다. 내년 한국 이민 50주년을 기념해 개최되는 다양한 행사를 통해 발전의 모멘텀을 제고시켜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38년 전 아르헨티나로 이주한 문한림 주교의 서품은 현지사회에서 쌓아온 성직자로서의 인품과 능력을 보여줌은 물론 앞으로 문 주교의 아르헨티나 가톨릭 교회 및 사회에서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는 것으로서 이민 50년사의 상징적 의미를 갖는 기념비적인 사례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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