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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고 아픈 반려견도 가족입니다

입력
2014.08.1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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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 능동로 건국대학교 동물병원을 찾았다. 2003년에 충무로에서 입양해 식구가 된 꿀꿀(11살·시츄)이 갑자기 오른쪽 뒷다리를 절어 동네 병원에 갔더니 골반과 대퇴골을 잇는 고관절 이상이라며 수술 여부를 결정하라고 했다. 큰 수술은 아니라고 했고 ‘오버’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으나, 사람도 여러 병원을 가보고 결정하는 것처럼 후회를 남기지 말자는 생각에 대학병원을 찾은 것이다.

동물 대학병원도 2차 진료기관이다. 먼저 동네병원에서 소견서를 받았고, 원하는 교수를 지정하기 위해 짝수, 홀수 날에 맞춰 예약을 해야 했다.

오전 9시30분에 시작된 검사와 교수 상담은 오후 3시나 되야 끝이 났다. 검사는 12시30분에 끝났지만 교수와 직접 상담을 하려면 2시가 넘어야 된다고 했고, 이왕 온 김에 직접 상담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교수와의 상담실에는 7, 8명의 수의사들이 대기하며 꿀꿀의 상담에 대해 기록하고 있었다. 총 검사비용은 28만2,498원. 다리보다 신장에 결석이 더 문제라는 진단을 받았다. 예약할 때부터 40만~50만원이 나올 수 있다고 여러 번 들은 터였지만 그래도 적은 비용은 아니었다.

6시간 동안 대기실에서 기다리며 끊임 없이 병원을 찾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50대 할머니, 할아버지는 11살짜리 잡종견을 데려왔는데 뇌에 종양이 생겼다고 했다. 수술할 수도 없는 상태여서 약만 받아가는 상태였다. 또 다른 할머니가 데려온 강아지 역시 13살짜리 잡종견이었는데 신장에 이상 기능이 생기는 쿠싱증후군에 걸렸다. 검사 오느라 밥을 못 먹였다고 계속 걱정하던 할머니는 검사가 끝난 후 밥과 물을 먹이고 나서야 자리를 떴다.

건대 동물병원 대기실은 평일인데도 아픈 반려동물을 데리고 온 사람으로 북적였다.
건대 동물병원 대기실은 평일인데도 아픈 반려동물을 데리고 온 사람으로 북적였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인구가 1,000만명에 달한다고 하는데 주위에 보면 그만큼 10세 안팎의 노령견, 노령묘를 키우는 사람들도 흔히 볼 수 있다. 이는 2000년대 초 충무로 애견거리가 형성되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급격히 늘었는데 그때 같이 살게 된 1세대 반려동물들이 이제 10세 이상이 된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처럼 노령 반려동물들이 늘어난 것은 그만큼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과 투자도 커진데다 수의학도 발달한 것도 주효했다. 동물을 위한 수의사회 명보영 수의사는 “보통 8~10세를 노령견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동안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의 장비를 도입해 진단률도 많이 높아져 노령 반려동물을 위한 진료 수준은 많이 높아졌다”며 “백내장 한쪽에만 수술비용이 200만원 등이 드는데 노령견이라고 해서 버리는 이들은 많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노령 반려동물들을 겨냥한 전용 서비스나 제품들도 다양화하고 있는 추세다. 노령견 비중이 4마리 중 1마리에 달한다는 얘기도 있는데, 실제 사료 시장에서 노령견 전용 사료는 10~15%를 차지한다고 한다. 본인의 강아지가 노령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정서도 있고, 또 원래 먹이던 사료를 그대로 먹이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오픈마켓 옥션은 5060세대인 베이비부머들이 애견의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면서 펫부머(펫+베이비부머)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고 했다. 5060세대의 매출이 지난 해보다 30% 성장했는데 평균 매출 15%의 두 배에 달한다는 것이다. 또 최근 한 달간 노령견 사료 매출도 지난 해 보다 260%나 늘었고 저칼로리 사료, 관절약, 부드러운 고무로 만든 장난감 등도 등장했다.

개나 고양이가 아픈데 대학 동물병원까지 가냐, 전용 사료를 먹이냐며 유별나다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들이 단순히 돈이 많아서, 반려동물을 의인화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할 수 있는 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은 십 수년간 같이 해온 가족으로 여기는 마음이 크기 때문 아닐까 한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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