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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을 전한 뇌 과학자 세바스찬 승 교수

입력
2014.08.1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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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유명한 뇌 과학자인 미 프린스턴대 신경과학연구소의 세바스찬 승(한국명 승현준) 교수가 뇌 괴학에 뛰어든 것은 우주탐험에 대한 꿈 때문이었다. 뉴욕에서 태어나 휴스턴 우주발사센터가 있는 텍사스에서 자란 그는 목숨을 걸고 달에 가는 우주비행사들을 보며 우주 탐험에 대한 꿈을 키웠다. 그는 “아직도 아이처럼 내 마음속에 탐험에 대한 열망을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주 탐험의 꿈이 뇌 과학으로 연결된 것은 희한하게도 맞아 떨어지는 동질성 때문이다. 그는 “지구가 속한 은하계에 1,000억개의 별이 있는데, 공교롭게 뇌에도 1,000억개의 신경세포가 있다”며 “뇌는 우리 몸 안에 있는 작은 우주”라고 표현했다. 그는 “탐험 대상인 미지의 영역이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또하나의 우주, 즉 뇌로 바뀌었을 뿐”이라며 “1,000억개가 넘는 뉴런들이 수 많은 비밀을 간칙한 채 서로 연결돼 있다”고 덧붙였다.

뇌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뇌 세포가 서로 연결되는 모양을 나타내는 뇌 지도이다. 하지만 한 사람의 힘으로 1,000억개의 뇌 세포가 연결되는 뇌 지도를 밝혀내기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승 박사가 착안한 것이 바로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아이와이어’라는 게임이다. 게임을 통해 수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공동 작업으로 뇌 지도를 그려가는 아이디어다.

황창규(오른쪽) KT 회장이 세바스찬 승 교수로부터 아이와이어 게임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황창규(오른쪽) KT 회장이 세바스찬 승 교수로부터 아이와이어 게임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이 게임은 쉽게 말해 아이들이 즐기는 색칠게임이다. 게임을 시작하면 우선 작은 영역이 주어진다. 이 부분을 마우스로 클릭하면 파랗게 색칠이 된다. 이어서 여기 인접한 다음 영역을 색칠하면 된다. 그런데 영역이 2차원이 아닌 3차원이어서 인접 영역을 찾으려면 마우스로 색칠한 영역을 돌리거나 위 아래로 움직이며 연결 고리를 찾아야 한다. 이렇게 사람들이 색칠한 영역들이 모이면 커다란 뇌 지도의 일부가 된다. 마치 하나씩 떨어진 블록 조각을 맞춰 커다란 집을 완성하듯, 게임으로 뇌 지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실로 놀랍다.

만약 잘못된 영역에 색칠하면 어떻게 될까. 잘못된 뇌 지도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까. 이 같은 오류를 막기 위해 승 박사는 소셜컴퓨팅 기법을 도입했다. 즉, 같은 영역을 여러 사람이 색칠하고 이를 대조해 정확성을 높이는 것. 승 박사는 “클라우드와 소셜컴퓨팅을 통해 정확성을 높였다”며 “설령 실수해도 인류 발전에 오류를 남길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웃었다.

게임 화면 옆에는 대화창도 있다. 즉, 실시간으로 게임을 즐기는 해외 이용자들과 대화를 즐길 수도 있다. 실제로 황창규 KT 회장이 이날 승 교수의 도움을 받아 게임을 진행하면서 해외 이용자들과 영어로 간단한 인사말을 나누기도 했다. 승 교수는 “게임을 하면서 전세계에 친구를 만들수도 있다”고 자랑했다.

지난해 처음 내놓은 이 게임의 이용자는 10만여명이다. 일부 이용자들은 “밤새워 했다”는 글을 남길 정도로 중독성 있다. 비결은 한 개의 영역을 색칠할 때마다 점수가 주어지고, 그렇게 획득한 점수는 이름, 소속 국가와 함께 표시된다. 이 점이 묘한 호승심을 불러 일으킨다.

하지만 다른 게임과 달리 이 게임은 오랜 시간 빠져들어도 보람이 있다. 승 박사는 “나도 앵그리버드라는 게임을 좋아하는데, 하다 보면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며 “하지만 아이와이어는 게임을 즐길수록 인류 발전에 기여하는 보람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그가 세계적 과학 학술지 ‘네이처’지에 뇌 과학 논문을 발표할 때 공저자 목록에 당당히 ‘아이와이어’가 함께 올랐다. 즉, 전세계인이 게임으로 뇌 과학에 동참했다는 뜻이다.

안타깝게도 그동안 국내에 소개되지 않아서 이 게임을 즐기는 한국인들이 전혀 없다. 그 점이 승 박사의 이번 방한 이유다. 승 박사는 12일 KT와 아이와이어 게임 지원을 위한 제휴를 맺었다. KT에서 2,3개월 내 한글 버전을 만들어 수 많은 사람들이 쉽게 즐기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우선 1차 목표는 348개의 뉴런 지도를 완성하는 것. 이미 85개는 완성했고 263개가 남았는데 1주일에 3개씩 완성하는 속도를 감안하면 2년 정도 걸릴 전망이다. 승 교수는 “빠른 것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게임도 빨리 빨리 잘하니 우리나라 사람들 덕분에 뇌 과학 연구도 빨라질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뇌 지도가 완성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치매 우울증 자폐증 등 수 많은 난치병들은 정상적인 세포 배열의 상태를 보여주는 뇌 지도가 있다면 실마리를 풀 수 있다. 승 교수는 “정상인의 뇌를 이해하지 못하면 뇌의 발생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뇌 탐험이야말로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도전이라고 믿는다.” 승 박사의 말마따나 40분 가까이 이어진 그의 열정적이면서도 차분한 강의는 마치 우주탐험의 신세계를 보여준 것처럼 경이로웠다. 그는 “아이와이어를 이용하면 어디에 있든 누구든 위대한 모험에 동참할 수 있다”며 “우주 비행사들처럼 목숨을 걸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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