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이 언제 지어졌는지는 모른다. 그 집에 언제부터 살았는지도 분명치 않다. 분명한 것은, 내가 기억하는 내 삶이 그 집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무슨 바람이 분 탓일까. 불쑥 그 집에 가보고 싶어 기차에 올랐다. 그 집이라기보다는, 그 집이 있던 ‘자리’라고 해야 할 테지만. 일대가 몰라보게 변했다는 것 정도는 이미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막상 근처에 닿고 보니 장님이 코끼리 더듬는 막막한 심정이었다. 온통 낯선 건물들이라 어느 골목으로 꺾어 들어야 할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골목 안쪽으로도 새 간판을 단 음식점, 편의점, 네일숍 등이 이어져 도무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주소를 미리 확인해 GPS맵으로 검색하면 간단했으련만 무작정 헤매다 지치는 게 오늘의 운세였을지도. 그렇게 반쯤 포기한 마음이 되었을 때, 난데없이 목적지를 만났다. 그저 그 집이 있던 ‘자리’가 아니라 놀랍게도 내 삶의 공간이었던 그 모습 그대로의 그 집이었다. 새 단장을 한 옆집들 틈에서 그 집은 홀로 초라하고 적막했다. 대문 틈새로 기웃거려 본 마당에는 잡초가 무성했고 깨진 항아리와 뜯긴 문짝, 삽과 넉가래가 아무렇게나 널려 있었다. 초인종을 눌러보았다. 묵묵부답이었다. 나는 한참을 서성였다. 이 싱숭생숭함은 뭘까. 이렇게 폐가로 방치되어 있다는 것이 안타까운 건지, 폐가로나마 남아 있다는 것이 고마운 건지, 애초에 무얼 바라 여기에 온 건지 내 마음을 가늠할 수가 없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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