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적 사고기준 50만원 이하 땐 건당 보험료 2등급 할증키로
작은 사고 내도 보험료 부담 커져
금감원, 100만원으로 상향 검토, "무사고자에 혜택 취지 무색"
2016년부터 자동차보험료 할인할증체계를 현행 ‘사고점수제’에서 ‘사고건수제’로 개편하는 금융감독원이 최근 소액 사고기준을 놓고 다시 고민에 빠졌다. 제도 개편의 효율성과 소비자 보험료 부담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금감원은 운전자의 사고 내용에 따라 할증하는 사고점수제에서 사고 건수에 따라 할증하는 사고건수제로 개편하는 방안을 내놨다. 사고를 많이 내는 사람에게 보험료를 더 많이 받고, 사고를 내지 않는 무사고자는 더 할인해주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소액 사고에도 보험료가 크게 오른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올해 2월 50만원 이하 소액 사고의 경우에는 할증폭을 낮추는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금융소비자연맹 등은 “200만원 이하의 소액 사고비중은 전체 물적 사고에서 67.3%를 차지하는 반면 50만원 이하의 소액 사고는 32.2% 수준이다”라며 “소액 사고기준을 200만원으로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금융당국 관계자는 11일 “당초 50만원으로 제시한 소액 사고기준이 너무 낮다는 지적이 많아 이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라며 한 발짝 물러섰다.
현행 사고점수제는 사고내용별로 인적 사고는 건당 최고 4점, 물적 사고는 최고 1점(1점당 1등급씩 보험료 할증)을 부과하는데, 인적 사고 비중이 과거보다 낮아지면서 이러한 방식은 더 이상 효율적이지 않게 됐다. 최근 물적 사고 비중이 90%에 달하면서 물적 사고를 많이 낸 사람들은 막상 보험료가 할증되지 않은 것.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고가 잦으면 그만큼 사고 확률이 높은데도 보험료 부담은 적었다”며 “사고건수제로 전환하면 사고를 많이 낸 사람에게 할증한 만큼 무사고자의 할인혜택이 커진다”고 말했다.
사고건수제가 시행되면 사고 건당 무조건 3등급씩 연간 최대 12등급(4건 이상)까지 할증된다. 단 50만원 이하의 소액 사고는 2등급만 할증된다. 현행 사고점수제에서 소액 사고 기준은 최대 200만원으로 이하 사고에 대해선 할증이 제외됐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사고건수제로 바뀌게 되면 무사고자의 경우 보험료가 1등급당 3.4% 인하되고, 사고자의 경우는 1등급당 6.8% 할증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예컨대 현행 60만1,000원을 부담하는 무사고자는 변경 후 58만5,000원으로 보험료가 3%가량 인하된다.
하지만 물적 사고를 내면 보험료 부담은 현행보다 커지게 된다. 50만원 이하의 소액 물적 사고가 한 건만 발생해도 2등급이 할증돼 보험료가 13%가까이 오른다. 50만원을 초과하는 사고가 나면 보험료는 1년 새 21%가량 대폭 오른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보험국장은 “할증에 대한 부담 때문에 사고가 나도 수리를 안 하거나 보험처리를 하지 않고 자비로 수리비용을 내 소비자들에게 결국 이중부담을 주게 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소액 사고기준을 100만원 선으로 올려 보험료 할증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그러나 보험업계에서는 100만원으로 올리면 무사고자에게 혜택을 주자는 취지가 무색해진다고 지적한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현재 물적 사고의 평균 사고비용이 100만원 안팎인데, 1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면 사실상 할증 효과가 미미해 무사고자에게 돌아가는 혜택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예정대로 2016년부터 사고건수제를 도입하려면 보험사들은 늦어도 올해 10월부터 고객 대상으로 자동차보험료 평가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2016년 1월 자동차보험을 갱신해야 하는 고객은 올해 10월부터 내년 9월까지 사고 기준으로 보험료가 산정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소액 사고기준 등 세부내용을 조율해 이달 말에는 확정안을 업계에 전달할 계획이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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