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병사 의견 부대 운용에 반영… 스위스, 작전 수행 전 병사 동의 구해
유럽의 강군으로 꼽히는 독일군은 선출한 병사가 불만ㆍ건의사항 등을 지휘관에게 이야기하는 대표병사제를 운영, 병사들의 의견을 부대 운용에 반영한다. 또한 옴부즈맨제도를 통해 가혹행위가 적발되면 강하게 처벌한다.
작지만 강한 군대로 통하는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일과 이후 ‘하바드 다앗’ 모임을 갖는다. 히브리어로 ‘존경하는 의견’이란 뜻으로, 소대장과 사병들이 모여 당일 훈련이 어땠는지 1시간 정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자리다. 훈련성과와 미진했던 점에 관한 논의는 물론, 훈련과정에서 있었던 성희롱 등 상관의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 병사들이 직접 문제제기를 한다.
이처럼 해외 선진군대가 경직된 상명하복 대신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강조하는 것은 그것이강군의 밑거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병사 스스로 주인의식을 갖고 작전ㆍ훈련 등에 참여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전투력 상승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다.
이스라엘 엘리트부대 탈피오트 출신의 예비역 소령 아브네르 하퍼린은 “소통 없는 명령은 오히려 군 전투력을 떨어트리는 요인”이라며 “임무수행에 불필요한 것은 강요하지 않는 게 우리 군 문화”라고 했다. 실제 IDF은 병사들도 일과 이후 시간에 휴대전화를 쓰고, 귀걸이ㆍ목걸이를 한 여군도 쉽게 볼 수 있다. 주말이면 1박2일 외박을 나와 가족, 친구들을 만난다. 사회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만 18세 때 입대해 남성 3년, 여성 2년간 의무 복무를 하더라도 군에 대한 거부감이 그리 크지 않다.
‘강소국’ 스위스군의 병사들은 일과 이후 맥주를 두 캔까지 마실 수 있다. 부대미화 등 각종 작업에 시달리는 우리 군과 달리 병사들은 오로지 훈련만 받는다. 세탁ㆍ청소 등 잡무는 민간에 위탁해 해결한다. 무엇보다 수직적인 문화가 적은데, 이는 훈련과정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베른에서 26㎞ 떨어진 곳에 위치한 툰의 전차포병학교에서 만난 플로린 코프멜 소위는 “작전을 수행하기 전에 작전의 효과, 목적을 설명해 병사들의 동의를 구한다. 의견의 차이를 좁히는 것이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군은 지휘권이 없는 병들 간에는 경례를 하지 않을 정도로 위계 개념이 적고, 대만 역시 일과시간 이후에는 자유시간을 보장한다. 군 의무복무 기간은 1년으로 비교적 짧은 편이나 얼차려 등 구타ㆍ가혹행위에 대한 사회적 감시가 삼엄하다. 지난해 8월 30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 군기교육을 받다가 전역을 사흘 앞두고 숨진 훙청취(洪仲丘) 상병의 장례식을 가던 마잉주(馬英九) 총통은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훙 상병은 부대 안에 스마트폰을 몰래 반입해 사용하다 적발돼 얼차려를 받던 도중 사고를 당했다.
훈련 받을 때는 엄격한 규율을 지키고, 휴식시간에는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강군의 발판이란 얘기다. 한국국방연구원 김원대 연구위원은 “일상화한 상명하복의 폐해를 해소하려면 병사를 지휘통제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군 간부들의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며 “복지 시설 확충도 중요하지만 병사들의 인권, 주체성, 리더십을 존중해야 선진 군대로 도약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변태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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