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할롱'등 주말마다 비바람
피서객 급감으로 상인들 직격탄
울진에서 경주까지 냉수대 이중고
전국 최대 여름 피서지인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등 영남지역 해수욕장 상인들이 태풍 등 궂은 날씨 탓에 울상을 짓고 있다.
11일 오후 해운대해수욕장에는 피서객 발길이 한산한 가운데 파라솔만 줄지어 놓여 있었다. 일부 관광객들은 백사장에 돗자리를 깔고 앉긴 했지만 썰렁한 분위기에 흥이 나지 않는 듯 했다. 부산지역 7개 해수욕장은 일요일이자 하루 전인 10일 11호 태풍 ‘할롱’의 영향으로 입욕을 전면 통제했다가 이날 오전 9시를 기해 입욕을 허락했다. 인근 송정해수욕장은 이날 오후가 돼서야 수영을 할 수 있게 했다.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한숨만 내쉬었다. 잡화점을 운영하는 윤모(47)씨는 “작년에는 돗자리, 부채, 비치볼 등이 없어서 못 팔 정도였는데 올 해는 손님 구경하기도 힘들다”면서 “올핸 물건을 많이 준비했는데 처치하기 곤란할 것 같아 걱정이다”고 푸념했다. 인근 김밥가게 종업원은 “매년 피서철 점심 시간 때면 기다리는 사람들로 줄이 엄청 길었다. 작년엔 직원 7명이 일을 해도 쉴 틈이 없었는데 올해는 3, 4명으로도 충분할 정도”라고 말했다.
해운대구에 따르면 지난 6월 1일 개장 이후 해운대해수욕장 방문객은 모두 838만6,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90만명)의 절반 수준이다. 통상 극성수기라 불리는 8월 둘째 주말의 경우 지난해엔 하루 60만명이 다녀갔지만, 올해는 15만명에 그쳤다. 해수욕장의 각종 시설 대여 및 탈의장 이용시스템인 ‘스마트비치’ 매출도 지금까지 1억9,200만원으로 지난해 4억2,800만원의 절반을 밑돌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짓궂은 날씨로 인한 입욕 통제. 올해는 지금까지 9차례나 입욕을 막았다. 직장인들이 휴가가 몰린 지난 2, 3일엔 10호 태풍 ‘나크리’의 영향으로 입욕이 통제됐으며, 4일에는 난파선에서 흘러나온 폐목재가 해수욕장을 뒤덮는 바람에 피서지가 쓰레기장이 되기도 했다.
서성환 미포상가발전협의회 회장은 “작년에 비해 횟집 손님이 절반으로 줄어 상인들이 너무 힘들어 한다”면서 “광복절인 15일부터 이어지는 이번 주말이 마지막 성수기인데 잘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북 동해안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 9, 10일 경북 포항시 송라면 화진해수욕장에는 태풍으로 입욕이 통제된 가운데 10여명의 피서객들만 백사장에서 거세게 몰아치는 파도를 보며 아쉬워했다. 해변 파라솔은 아예 철거했고, 주인을 찾지 못한 고무튜브만 을씨년스럽게 널려 있었다. 이 해수욕장 이용객은 지난해보다 25% 줄었다.
특히 경북 영덕 관내 마을해수욕장을 포함한 7개 해수욕장 이용객은 지난달 11일부터 한 달간 39만9,500명으로 지난해(76만2,000명)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대형해수욕장 쏠림현상과 함께 주말마다 내린 비바람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경북 울진부터 경주까지 연안 수온은 12~15도로 평년보다 3~5도 가량 낮아 엎친 데 덮친 격이 되고 있다.
고래불해수욕장 이준석 운영위원장과 화진해수욕장 이헌관 상가번영회장은 “지난해는 숙박업소마다 빈방이 없을 정도로 손님이 꽉 찼는데 올해는 주말마다 예약 취소 전화로 죽을 맛”이라며 “동해안은 남해안보다 수온이 낮아 다음 주쯤이면 사실상 파장인데, 올해는 냉수대마저 퍼져 접어야 할 판”이라고 한숨지었다.
김정혜기자 kjh@hk.co.kr
전혜원기자 iamjh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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