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음모ㆍ선동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항소심 재판에서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9부는 그러나 내란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는 대부분 유죄로 인정해 징역 9년과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1심에서는 내란음모까지 유죄로 판단해 징역12년과 자격정지 10년이 선고됐었다. 재판부는 김홍열 피고인에게는 이 의원과 같은 혐의를 적용해 징역 5년과 자격정지 5년, 나머지 피고인 5명에 대해서는 국가보안법 위반죄를 인정해 징역과 자격정지 2~4년을 각각 선고했다.
항소심 판결의 핵심은 1980년 김대중 사건 이후 34년만의 내란음모 유죄 판결이 증거부족을 이유로 뒤집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우선 이 의원이 서울 합정동 회합 등에서 참석자들에게 “전쟁 시 대한민국 체제를 전복하기 위해 주요 기간시설 파괴 등을 준비ㆍ실행하도록 촉구했다”는 점 등을 들어 1심과 마찬가지로 내란선동죄를 인정했다. 하지만 내란음모죄의 경우 구성요건인 ‘2인 이상의 내란범죄 실행 합의’에 대해 1심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낸 증거만으로는 참석자들이 이 의원의 선동에 따라 내란의 시기, 대상, 수단, 실행 및 준비에 관한 역할분담 등을 특정해 내란범죄의 실행에 합의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고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RO(지하혁명조직)의 핵심내용에 관한 제보자의 진술이 추측에 불과하다고 판단해 실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제 관심은 헌법재판소에 계류중인 통진당의 정당해산심판에 쏠릴 전망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개인적 범죄의 성격이 짙은 내란선동은 유죄, 조직적 범죄의 성격이 강한 내란음모는 무죄를 선고한 이번 판결이 통진당 해산을 청구한 법무부에 다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오지만, 아직 변론이 진행 중이어서 결과를 예단할 상황은 아니다.
더구나 핵심 증거인 회합 녹취록이 조작됐다고 주장해 온 이 의원이나 내란음모에 방점을 찍었던 검찰측 모두 상고할 가능성이 높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남아있는 만큼 법리논쟁은 치열하게 진행하되, 판결의 취지를 아전인수격으로 왜곡하거나 재판부를 매도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 먼저 이 의원과 통진당은 내란음모 무죄 선고만 부각해 다른 혐의의 유죄 판결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재판부는 “국가의 지원을 받는 공적인 정당의 모임에서 내란선동죄를 저지른 것은 대한민국의 존립ㆍ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매우 중대하고 급박한 해악을 끼치는 것으로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중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 사건을 통진당은 물론 진보세력 공격에 악용해온 일부 보수세력도 근거 없는 ‘종북 마녀사냥’을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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