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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내란음모 혐의 '무죄'…법원 "RO실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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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내란음모 혐의 '무죄'…법원 "RO실체 없다"

입력
2014.08.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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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 구체적 실행합의 없어" 내란음모 혐의도 1심과 달리 무죄

정부 측 위헌정당 입증 근거 흔들, 국회의원 신분 내란선동은 엄벌

내란음모 등 혐의로 기소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이 열린 11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 앞에서 한 여성이 이 의원을 태운 호송차량 밑으로 들어가 차량 출발을 막다 끌려 나오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k.co.kr
내란음모 등 혐의로 기소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이 열린 11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 앞에서 한 여성이 이 의원을 태운 호송차량 밑으로 들어가 차량 출발을 막다 끌려 나오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k.co.kr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11일 서울고법의 판결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내란을 선동했으나 지하혁명조직 RO(Revolution Organization) 회합 참석자들이 폭동실행에 합의하지는 않았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폭동 합의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는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RO의 실체도 인정하지 않았는데, 이는 통진당에 대한 위헌정당 해산 심판청구 소송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내란선동, 내란음모 인정 엇갈린 이유는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모든 증거를 종합하면 피고인 이석기, 김홍열(통진당 경기도당 위원장)이 내란선동 행위를 하였음은 분명히 인정된다”면서도 “피고인들을 비롯한 회합 참석자들이 내란범죄의 구체적 준비방안에 관해 어떤 합의에 이르렀다고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법원은 우선 지난해 5월 10, 12일 두 차례 있었던 회합의 녹취록 등에 따라 이 의원이 강연자로 나서 전쟁시 주요 기간시설 파괴를 포함한 물질적 준비방안을 마련하라는 취지로 말하고, 김홍열 위원장도 사회자로서 이를 촉구한 것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내란선동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선동행위자의 내란 목적과 함께 선동의 상대방이 범죄를 결의하고 실행할 만한 개연성이 인정돼야 한다. 결국 이 의원이 내란을 일으킬 목적을 갖고 발언을 했을 때 참석자들이 보인 반응이 관건인데 재판부는 ▦이 의원 등이 참석자들에게 구체적인 준비와 실행계획 마련을 위한 기준을 제시하고 즉시 준비에 나설 것을 강조한 점 ▦회합 참석자들이 이 의원과 상명하복 관계에 있으며 이 의원 발언에 적극 호응한 점 등을 이유로 내란선동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참석자들의 호응이 합의로 이어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봤다. 내란음모죄는 ‘2인 이상 다수인의 합의’가 있어야 해당한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로는) 참석자들의 단순한 대답이나 호응으로 강연이나 분반토론에서 나온 (폭동) 방안들을 그대로 실행하기로 합의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설령 참석자들이 각 권역의 국가 기간시설 파괴 등 폭력의 실행에 합의했다고 해도 주요한 시기, 대상, 수단 및 방법, 실행 준비에 관한 역할 분담이 특정돼야 한다”며 “회합에서 내란을 합의했다면 세부 계획 마련이나 준비행위, 후속 조치 등을 하지 않은 것은 납득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 의원 측은 “녹취록에 보면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는 참석자의 발언도 나온다”며 모의 합의를 부인했었다.

1심은 “참석자들이 분반토론 등을 통해 유사시 상부 명령에 따라 전국 다발적 폭동에 이를 것을 공모했다”며 내란음모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내란음모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지난 11일 서울고법에서 열렸다. 연합뉴스
내란음모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지난 11일 서울고법에서 열렸다. 연합뉴스

내란음모 무죄에도 중형선고

이 의원 등은 주요 혐의인 내란음모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았음에도 징역 9년의 중형을 선고 받았다. 내란선동죄 역시 내란음모죄와 마찬가지로 법정형(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이 무거운데다 이 의원 등이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반성의 빛을 보이지 않는 것이 양형에 영향을 줬다. 재판부는 “대한민국의 존립ㆍ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매우 중대하고 급박한 해악을 끼치는 것으로 죄질이 매우 무겁다”며 “피고인들이 범행 반성은커녕 국가정보원에 의해 조작된 사건이라고 주장함으로써 사회의 분열과 혼란을 조장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특히 이 의원에 대해서는 “국회의원으로서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막중한 권한과 책임을 망각한 범행을 저질렀고 내란을 선동하는 등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통진당 상대 정당해산 소송 영향은

재판부는 국정원과 검찰이 내란음모의 주체로 지적한 RO에 대해서는 “존재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RO에 관한 제보자 이모씨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으나 이씨가 직접 경험한 소모임 활동 등 외에 조직 체계, 구성원 등에 관한 것은 추측진술에 불과하며 이를 입증할 다른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다만 RO 존재 여부와 내란음모죄 성립 간 큰 상관관계는 없다고 전제했다.

이 같은 판단은 정부가 통진당을 상대로 헌재에 제기한 위헌정당 심판청구소송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법무부는 통진당이 자유민주체제에 구체적 위협을 가하는 위헌 정당임을 입증하는 근거로 통진당 구성원들의 RO 활동과 내란음모 행위를 꼽아 왔다. 통진당 측 법률 대리인인 이재화 변호사는 “RO가 장악한 통진당이 대한민국에 내란을 일으킬 목적 등으로 활동했다는 정부측 주장의 논리적 근거가 모두 사라진 셈”이라며 “또 내란음모가 인정되지 않았다는 것은 이 사건이 통진당의 조직적 활동이 아니라 개인 이석기 등 몇 사람의 우발적 발언에 해당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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