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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칼럼] 청와대만 쳐다보는 김무성

입력
2014.08.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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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 압승 대선주자 1위 급상승

세월호 등 정국현안 청와대 눈치만

자신의 메시지 내세우려면 국민 봐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꿈이 무르익고 있다. 친박 실세를 누르고 당 대표에 오르더니 재보선에서 ‘박근혜 마케팅’ 없이도 압승을 거뒀다. 급기야 여론조사에서 여야 통틀어 차기 대선주자 지지순위 1위에 올랐다. 요즘 새누리당 지지율은 박 대통령 지지율과 비슷하거나 역전되는 경우도 있다.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은 김 대표 취임 후 거의 매일 전화통화를 한다. 국정현안에 대해 긴밀하게 협의한다. 청와대 우위였던 당청관계가 당 우위로 바뀌는 조짐이 뚜렷해 보인다. 이대로 쭉 가면 대권 고지에 다다를 수 있을 거라고 김 대표는 내심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한데 대선 주자로서 김 대표의 급부상을 의아해 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대중적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고 존재감을 확실히 보인 적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 보스 기질이 있는 정치인 정도로 국민들에게 인식돼있다. 전당대회 전까지만 해도 대선주자 지지도는 당 내에서 정몽준 전 의원, 김문수 전 경기지사에게 밀리고 여야 통틀어서는 5위권에 불과했다. 그러다 정 전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고, 재보선 참패로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뒷걸음질 치면서 반사이익을 얻어 갑작스럽게 떠올랐다.

그가 대중에게 각인된 기억은 오히려 안 좋은 장면이다. 지난 대선 유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했다”며 정상회담 대화록 내용을 줄줄 읽어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찌라시에서 봤다”고 어이없는 해명을 했다. 이 한 마디는 국가의 품격과 국민의 수준을 찌라시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당 대표 취임 후 보여준 모습도 실망스럽다. 김 대표의 강점은 ‘통 큰 정치’ ‘공존의 정치’라는 이미지다. 지난해 철도 파업 당시 노조와 정부가 정면충돌로 치닫자 타협안을 이끌어 내면서 그런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세월호 협상에서 김 대표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 대표 취임 후 야당에서 그의 협상력에 기대를 걸었으나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손을 놓았다. 청와대 입장을 대변하는 이완구 원내대표의 견제에 밀려 전혀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100일째 되던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에서 상설특검을 가동하되 추천권을 달라는 제안이 왔는데 어떤가”고 물었다가 “원내대표에 일임해달라”는 제동에 머쓱해졌다. 세월호 타협을 첫 작품으로 생각했던 김 대표는 스타일만 구긴 꼴이 됐다.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을 다룬 최고위원회의에서 보인 김 대표의 호통도 지나쳤다. 60만 장병이 보는 앞에서 군의 수장에게 삿대질을 하며 고성을 지른 것은 누가 봐도 오버액션이다. 그 모습을 지켜본 군 장교들도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고 한다. 국민 모두가 공분하는 대상을 불러 혼쭐을 낸다고 존재감이 커지지 않는다. 정작 세월호 협상처럼 풀기 어려운 난제를 정치력과 협상력을 발휘해 해결했을 때 비로소 정치지도자로서의 자질과 역량을 인정 받는 법이다.

김 대표는 “청와대에 할 말은 하겠다” “수평적 당청관계를 열겠다”는 구호를 내세워 당 대표를 거머쥐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전혀 대립각을 세우지 않고 있다. 도리어 “박 대통령이 잘돼야 당이 잘된다” “당과 청와대는 같이 가야 한다”는 말이 노골적으로 나온다. 군 수뇌부를 죄다 뒤집어 엎을 것처럼 큰 소리를 치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불똥이 튀려 하자 “육군 총장이 책임졌으면 끝이다”고 수그러들었다. 유병언 변사체 발견 후에는 “검경 수뇌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다 경찰청장 사퇴로 가닥이 잡히자 더 이상 말이 없다.

실세 2인자를 무력화시키는 박 대통령의 권력관을 의식한 몸 낮추기이기도 하지만 자칫 눈치만 보다 날도 세우지 못하고 정체성도 잃어버릴 수 있다. 김 대표는 대선 주자로서 내세울 만한 스토리나 메시지가 부족하다. ‘보수의 혁신’을 내걸었지만 공허하게 들린다. 사회적 약자 보호와 공동체적 연대 중시라는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실현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김 대표는 임기 2년 동안 자신만의 정치적 화두를 만들고 알맹이를 채워나가야 한다. 그러려면 청와대를 쳐다볼 게 아니라 국민을 봐야 한다.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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