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사이 최저치 33%
50%이상은 강남구 등 4곳뿐 노원구는 17%에 불과
"살림 70%를 중앙에 의존 사실상 자치기능 상실한 셈"
올해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재정자립도가 최근 10년 새 최저치인 30%대를 기록, 자치구별 내년도 예산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자치구 재정이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면서 결국 시민들에게 꼭 필요한 사업이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자치구 평균 재정자립도는 역대 최저치인 33.6%다. 25개 구의 재정자립도는 2005년 54.7%를 기록한 이후 2006년 53.1%, 2007년 50.5%, 2008년 51%, 2009년 50.8%, 2010년 49.3%, 2011년 47.7%, 2012년 46%, 2013년 41.8%, 올해 33.6%를 기록해 2008년을 제외하고 매년 감소했다.
올해 재정자립도가 50% 이상인 곳은 종로구(55%) 중구(63.5%) 서초구(63%) 강남구(64.3%) 등 4곳뿐이다.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은 강남구 마저도 높은 수준은 아니다. 강북구(20.4%) 도봉구(21.2%) 등 재정자립도가 20%에 머물러 있는 자치구도 수두룩하고 특히 노원구(17.2%)는 10%대에 불과하다. 대다수 자치구가 구청 살림의 70% 이상을 중앙정부와 서울시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 재정자립도가 최악으로 추락한 것은 해마다 세입은 거의 변동이 없는 반면 기초연금, 무상보육, 무상 급식 등 국ㆍ시ㆍ구비 매칭으로 이뤄지는 보편적 복지사업 비용은 증가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시 관계자는 “전체 자치구의 수입은 2010년 3조5,000억원에서 올해 3조1,000억원으로 줄어든 반면 예산은 7조2,000억원에서 9조2,000억원으로 늘어났다”면서 “수입은 줄었는데 복지 예산은 대폭 늘어나 자치구의 재정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각 자치구들은 결국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지역에 꼭 필요한 사업을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당장 이달 중순부터 대다수 자치구가 내년도 예산편성을 시작하지만 내년 세입이 크게 늘어날 것 같지 않은데다 기초연금 등 세출 예산을 감당하기에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라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한 구청장은 “지난달 기초연금(정부 70%, 서울시 15%, 구청 15%) 예산이 추가돼 구청 살림이 더욱 어려워졌다”면서 “구 자체 예산인 지방세 수입만으로는 공무원 인건비 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자치구가 수두룩하다”고 하소연했다.
예산확보를 위해서는 당장 상위 지자체인 서울시에 의존할 수 밖에 없지만 서울시가 조정교부금 인상 등 지원책에 부정적인 입장이라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시 구청장협의회 관계자는 “자치구 재정자립도가 30%라는 것은 사실상 자치기능을 상실하고 중앙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자치구 재정 여건은 나날이 악화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서울시나 중앙정부의 인식 수준은 여전히 낮은 상태”라고 꼬집었다.
한편 서울시 25개 자치구는 구청장협의회 전체회의를 12일 열어 서울시를 상대로 내년 예산 편성을 위한 지원 마련을 요구하고, 중앙 정부에 대해 기초연금 증액분을 국비로 지원해줄 것 등 지원책을 요청할 방침이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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