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 매킬로이(25ㆍ북아일랜드) 시대가 개막했다. 차세대라는 꼬리표를 떼고 새로운 ‘골프 황제’의 등극을 알렸다.
매킬로이는 11일(한국시간)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의 발할라 골프클럽(파71ㆍ7,458야드)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제96회 PGA 챔피언십(총 상금 1,000만 달러)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3개, 보기 2개를 묶어 3언더파 68타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 16언더파 268타를 친 매킬로이는 2위 필 미켈슨(44ㆍ미국)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180만 달러(18억5,000만원)다.
메이저 2승 포함 특급 대회 3연속 우승
매킬로이는 지난 달 디 오픈, 지난 주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에 이어 3개 대회 연속 우승이라는 기염을 토했다. 3연승은 2007년부터 2008년까지 타이거 우즈(39ㆍ미국)가 5연승을 기록한 이후 약 6년 만에 나온 기록이다.
매킬로이는 올해 디 오픈에 이어 PGA 챔피언십까지 제패하며 4대 메이저 대회 가운데 2개를 휩쓸었다. 개인 통산으로는 2011년 US오픈과 2012년 PGA 챔피언십까지 더해 메이저 4승째다. 한 해에 메이저 2승을 거둔 것은 2008년 파드리그 해링턴(43ㆍ아일랜드)이 브리티시오픈과 PGA 챔피언십을 석권한 이후 6년 만이다.
이글 한 방
3라운드까지 1타 차 선두였던 매킬로이는 6번홀(파4)까지 보기만 2개를 기록하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매킬로이는 한 때 선두에 3타 차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 3위(310.7야드)인 매킬로이는 호쾌한 장타로 분위기를 바꿨다. 10번홀(파5)에서 장타 실력을 뽐내며 단숨에 선두 경쟁에 복귀했다. 매킬로이는 그린까지 281야드 남긴 상황에서 시도한 두 번째 샷으로 공을 그린 위에 올렸고, 약 2m 거리의 이글 퍼트에 성공하며 이 홀에서만 2타를 줄였다. 경쟁자들이 무너지는 사이, 1타 차 선두로 도약한 매킬로이는 17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매킬로이는 “이런 여름을 보내게 될 줄은 꿈도 꾸지 못했다. 내 생애 최고의 경기를 했다. 세계적인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메이저대회 우승을 일궈낸 것은 의미가 크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결별 후 더 강해졌다
매킬로이는 올해 메이저대회에서 2승, WGC 대회에서 1승, 유럽프로골프(EPGA) 투어에서 1승 등 네 번이나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공교롭게도 그의 우승 퍼레이드가 시작된 것은 테니스 스타인 캐럴라인 보즈니아키(24ㆍ덴마크)와 파혼한 5월 말 이후다. 파혼한 지 1주일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유럽 투어 BMW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했고 이후 메이저 대회와 WGC 대회 등 규모가 큰 대회를 내리 제패했다.
매킬로이는 모든 기록에서도 거침없는 질주를 시작했다. 세계랭킹과 페덱스컵 포인트(2,582점), 시즌 상금(696만5,896달러) 1위를 달리고 있다. 평균 타수(68.875타)와 톱10 피니시(9번)에선 2위에 오를 만큼 그 동안 단점으로 지적됐던 기복도 없어졌다. 그린 적중률도 8위(68.87%)일 정도로 정교함이 더해졌다. 이젠 무결점 선수로 거듭났다.
전설도 넘는다
매킬로이는 파혼 이후 운동에만 전념하고 있다. 나이키골프의 새 클럽에 대한 적응도 끝냈다. 매킬로이의 시대가 오래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매킬로이는 ‘살아있는 전설’ 잭 니클라우스(미국)가 가진 메이저 최다승 기록(18승)을 깰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니클라우스가 메이저 4승을 올렸을 때 나이가 만 25세2개월이었고 우즈는 메이저 4승을 만 24세7개월에 거뒀다. 1989년 5월생인 매킬로이는 니클라우스와 비슷한 만 25세3개월이다.
지금까지 메이저 4승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모두 28명이고 이 가운데 매킬로이보다 어린 나이에 메이저 4승을 달성한 선수는 톰 모리스(스코틀랜드), 우즈, 니클라우스뿐이다.
매킬로이는 앞으로 ‘명인들의 열전’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우승하면 4대 메이저대회 타이틀을 모두 거머쥐는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이룬다.
그는 “지난달 디 오픈 우승으로 자신감은 물론 경기력도 훨씬 좋아진 것 같다”며 “우선 현실적으로 커리어 그랜드 슬램과 유럽 선수 중 메이저 최다승 기록(영국 닉 팔도ㆍ6승)이 도전해볼 과제”라고 발톱을 숨겼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