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역외 국가가 함부로 이래라저래라 간섭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미국을 겨냥한 것이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10일 미얀마 네피도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에서 “중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은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과 지혜를 충분히 갖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11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왕 부장은“현재 남중국해 정세는 총체적으로 안정돼 있으며 중국과 아세안 관계 역시 양호한 발전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일부 역외 국가가 늘 긴장을 과장하는 것은 무슨 의도인지, 설마 이 지역을 더 혼란스럽게 하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중국과 아세안은 온화한 태도로 유관 문제를 토론할 수 있다”며 “우리는 일각에서 남중국해 긴장을 고조시키는 데 대해 찬성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언급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당사국이 아닌 미국이 이 문제에 간섭하며 개입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는 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5월 “아시아의 안보는 아시아인들의 손으로 지키자”며 아시아 지역의 새로운 안보 협력 틀을 제안하고 나선 것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기도 하다.
중국은 이번 ARF 무대에서 ‘남중국해 지역에서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모든 활동을 즉각 중단하자’는 미국과 필리핀의 제안을 거부하고, 대신 영유권 분쟁 시 직접 당사국끼리만 담판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이른바 ‘투트랙 접근법“(雙軌思路)을 제안한 바 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달 제6차 전략경제대화에서도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와 관련, 각자의 입장이 대립해 얼굴을 붉힌 바 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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