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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공유 사이트에 고시원도 버젓이

입력
2014.08.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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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방'을 싸게 관광객에 제공…에어비앤비 숙소 2000여개 달해

숙박업 등록 안 해도 제재 못해…본사 측, 호스트 정보 제공도 거부

오피스텔ㆍ고시원까지 탈법 가세

차량공유 서비스 우버(Uber)와 함께 대표적인 공유경제 기업으로 꼽히는 세계적인 숙박공유사이트 ‘에어비앤비(AirBnB)’가 국내에서 시장을 넓혀가면서 탈법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방을 여행자에게 내놓고 수익을 얻는 ‘호스트(집주인)’들이 대부분 숙박업 등록을 하지 않은 채 영업을 하고 있는데도 회사측이 ‘본사 방침’만을 내세우며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어서다. 정부 역시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지만 에어비앤비의 국내 진출 1년 반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빈 방’을 관광객에게 소개하는 세계 최대 온라인 숙박 중개업체로 주머니가 가벼운 배낭여행객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집주인이 남는 방을 온라인 사이트에 내놓으면 관광객이 자기 취향에 맞는 곳을 골라 저렴한 비용에 숙박을 해결하는 방식이다. 2008년 미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작년 말 기준 전세계 192개국 3만4,800개 도시에서 60만 개의 숙소를 공유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올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는데 기업가치가 100억 달러를 넘길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에는 작년 1월 공식 진출해 현재 전국에 2,000여 개 가량의 숙소가 등록돼 있다.

이러한 ‘명성’에도 불구하고 에어비앤비 사이트에 올려진 국내 숙소 대부분이 숙박업을 위해 필요한 정식 절차 없이 영업을 하고 있어 문제가 된다. 일단 이런 형태의 도시민박은 과거 불법이었지만 2011년 12월부터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연면적 230㎡미만인 주택시설에 한해 허가를 해주고 있다. 이보다 더 큰 시설에서 숙박업을 하려면 호스텔업으로 등록해 소방과 안전 등에 대한 규정을 따라야 한다. 절차가 간소화되었지만 완전히 사라지진 않은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은 숙소에 대해서도 에어비앤비측이 영업을 위한 호스트 숙소로 등록해주고 있어 적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도시민박업으로 지정된 가구만 등록이 되도록 서비스 개편을 요구했지만 에어비앤비 측은 “본사 차원에서 동일한 서비스를 적용하고 있고 오픈 플랫폼의 특성상 등록을 제한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버티는 상황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산업과의 한 관계자는 “에어비앤비가 호스트로 등록된 이들에 대한 정보 제공도 모두 거부하고 있고 등록을 유도하는 안내 메일을 보내라는 권고도 무시하고 있다”며 “적절한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에어비앤비 등록 호스트들의 자격을 놓고 우왕좌왕 하는 사이 숙박업으로 활용할 수 없는 오피스텔 업자들마저 불법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방을 제공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누구나 숙소 등록이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해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고시원을 에어비앤비 사이트에 숙소로 올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한 달에 100만원 가까운 수익을 내고 있는 오피스텔 운영업자 50대 김모 씨는 “해외에서 유명한 서비스이고 정부도 승인을 해줬으니 영업을 하고 있는 것 아니겠나”라며 “주변에 오피스텔 사업을 하는 이들에게 적극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도시 숙박예약 전문사이트인 부킹닷컴에는 20대 남성으로 자신을 소개한 한 중국인이 ‘서울 여행을 갈 때 절대로 에어비앤비를 이용하지 말라’는 내용의 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깨끗하고 넓은 방이 맘에 들어 서울 종로구의 숙소를 선택했다는 그는 “3층까지 가방을 들고 올라갔더니 좁은 방과 냄새 나는 침대가 기다리고 있었다”며 “일반 가정집이 아니라고 주인에게 따졌지만 전혀 말이 통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에선 일반 가정집이 주를 이룰지 모르지만 우리나라에선 독립된 공간이 없다는 가옥 구조의 특성상 게스트하우스 등 전문 숙박시설 물량이 대부분”이라며 “여기에 오피스텔, 고시원까지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공유경제 모델이라는 점 때문에 정부가 제대로 단속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연성 한국관광호텔업협회 국장은 “정부의 통제 밖에서 숙박업을 해오던 불법 업소들이 에어비앤비를 통해 제도권으로 들어오고 있다”며 “외국인 관광객들의 국내 숙박문화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는 만큼 적절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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