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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억만장자 수학자

입력
2014.08.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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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타고라스는 모든 현상에 수학적 질서가 있고 만물의 ‘궁극적 실체(ultimate reality)’ 역시 수(數)라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그는 음악에서도 수학적 질서를 찾아냈을 정도였다. 특정 음정과 현의 길이와의 관계, 화음을 이루는 음정들 간의 비율을 현의 길이의 비율로 산출해 낸 것 등은 그의 탁월한 수학적 통찰력을 보여주는 일화다.

▦ 하지만 현상에 감춰진 수학적 질서에 대한 감지 능력은 어쩌면 태고 이래 인류의 본능인지 모른다. 수메르부터 거대 피라미드를 축조한 이집트에 이르기까지 고대문명은 이미 까마득히 오랜 옛날부터 인류가 높은 수준의 수학적 상상력을 작동시켜왔음을 짐작하게 한다. 피타고라스 이후도 마찬가지다. 인류는 새로운 현상에 직면할 때마다 수학적 질서를 통해 그걸 이해하려는 노력을 이어왔다. 심지어 오늘날의 첨단 금융공학 역시 수학에 의존하기는 마찬가지다.

▦ 월스트리트가 눈부신 성장세를 기록하던 1994년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LTCM)’라는 헤지펀드가 혜성처럼 등장했다. LTCM은 ‘블랙ㆍ숄즈공식’으로 97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는 경제학자 마이런 숄즈(시카고대) 등이 파트너로 참여해 이론에 근거한 투자를 표방한 펀드였다. 기본적으론 일물일가(一物一價)의 원리를 이용한 차익거래였다. 가령 특정 시점의 달러가치는 세계 어디서든 동일하게 환율에 반영돼야 한다. 하지만 시장의 비효율성으로 인해 실제 달러 가치가 이론 가치보다 미세하게 높거나 낮게 된다. LTCM은 수학적 계산을 통해 그런 가격차이가 발생한 상품을 찾아 통화 채권 파생상품 등에 막대한 투자를 감행해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 LTCM은 나중에 러시아의 모라토리엄에 좌초했지만, 금융상품 가격변동에 내재된 수학적 질서를 예리하게 간파한 점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13일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수학자대회에 참석하는 제임스 사이먼스(76) 미국 르네상스테크놀로지 명예회장도 천재 수학자에서 펀드매니저로 변신해 억만장자가 된 인물이다. 연평균 수익률 30%를 자랑하는 그의 투자비법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기본 방식은 LTCM처럼 수학적 공식을 활용한 차익거래에 초단타 매매를 가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떼돈을 번 천재 수학자의 방문이 새삼 현실과 수학을 잇는 상상력을 자극한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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