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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창조경제를 위한 지역 국립대의 역할

입력
2014.08.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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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는 박근혜 정부의 최고 국정지표다. 창조경제는 창의성이 가치창출과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되는 경제다. 창의성이 생산성을 높이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경제가 창조경제다. 이런 창조경제 실현에는 지역 국립대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창조경제는 1990년대에 등장한 지식기반경제보다 진화한 개념이다. 지식노동이 가치창출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지식기반경제는 단순노동이 가치창출의 근간이 되는 종래의 대량생산경제와 구분된다. 대량생산경제에서는 중저가품 생산이 중심을 이루지만 지식기반경제에서는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데 모방이 아니라 창조가 있어야 실현될 수 있는 창조경제에서는 단순한 지식, 남의 것을 모방하는 지식이 아니라 창의성 있는 지식, 스스로 창출한 새로운 지식이 중요하다. 이런 지식은 대부분 학문을 하는 대학에서 창출된다. 창조경제에서는 대학의 수준이 국가경쟁력을 결정한다. 대학에서 하는 학문 즉, 인문학, 자연과학, 사회과학, 예술의 수준이 한 국가의 경쟁력을 결정한다. 창조는 서로 다른 학문분야들간의 융합을 통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대학에서의 학문융합은 창조경제 실현에 필수적이다.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가 기술과 예술의 결합을 통해 신제품을 개발한 것처럼, 예컨대 인문학과 자연과학, 자연과학과 예술간의 융합을 통한 새로운 지식의 창출은 경제학자 슘페터가 강조한 창조적 파괴를 통한 혁신을 촉진한다. 창조경제에서 혁신은 대학의 연구실에서, 서로 다른 전공 교수들간의 학문적 교류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유엔의 ‘창조경제 보고서 2013’이 지적한 것처럼 창조경제는 전국이 아니라 지역 수준에서 실현된다. 대량생산경제에서 중앙집권체제가 효율적일 수 있지만, 창조경제에서는 지방분권체제가 효율적이다. 창의성이란 것이 원래 자율적인 개인이나 조직에서 출현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창조경제는 지방분권체제 아래 지역경제에서 실현되는 것이다.

지역경제가 창조경제로 전환해야 한국경제가 창조경제가 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의 지역경제가 대량생산경제에 머물고 있고 일부는 지식기반경제로 이행중이다. 따라서 이런 지역경제를 창조경제로 이행시키기 위한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창조경제는 지역에서 대학이 주축이 돼 실현될 수 밖에 없다.

창조경제 실현에서 대학과 지역이 중요하다면 결국 지역 대학이 창조경제의 추동 주체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지역 대학의 학문 수준을 높이고 지역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창조경제를 실현하는 지름길인 것이다. 창조경제를 선도하고 있는 미국, 독일, 스웨덴 등 선진국들이 거의 예외없이 지방분권국가이고 지역 대학의 경쟁력이 높은 것은 이 점을 뒷받침한다.

한국경제가 대량생산경제에서 지식기반경제를 거처 창조경제로 이행하려면, 추격형 성장에서 선도형 성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이 지방분권국가로 거듭나고 지역 대학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중앙집권-수도권집중체제 아래에서 지역 대학은 갈수록 위상이 떨어지고 있다.

수도권으로의 인재 유출로 지역 거점 대도시 경제는 황폐화하고 지역발전의 견인차가 돼야 할 거점 국립대학은 피폐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정부가 창조경제를 실현하려면 무엇보다 지역 대학, 특히 지역 국립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획기적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이미 제정됐지만 실효성이 미약한 ‘지방대학육성특별법’과 별도로 ‘국립대학발전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 국가기관이면서도 독립적인 법적 주체라는 국립대학의 지위를 확립하고 국립대학에 대한 획기적 재정투자를 의무화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 이에 상응해 지역 국립대학은 환골탈태하는 자기혁신을 해야 한다.

중앙집권-수도권 집중체제라는 구조탓만 할 것이 아니라 기득권과 기존 관행에 안주하고 있는 자신을 철저히 반성하고 ‘일신 우일신’의 혁신을 해야 한다. 국가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국립대학이 먼저 자기혁신을 하고 그 대학이 위치한 지역의 혁신을 추동해야 한다. 지역의 기술혁신, 제도혁신, 문화혁신을 지역의 국립대학이 추동해야 마땅하다.

김형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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