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어민과 행락객에게 피해 입혀
취수구 막아 원전 사고 일으키기도
입맛 돋우는 새콤한 해파리 냉채는 별미
여름이면 TV 뉴스에 심심치 않게 해파리가 나온다. 사람들로 붐비는 해수욕장에 초대받지 않은 불청객 해파리가 나타나 사람을 쏘았다는 이야기다. 또 그물에 잡으려는 물고기는 없고 해파리만 잔뜩 들어 있어 어민들이 애간장을 태운다는 소식도 있다. 그래서 ‘어장이 안 되려면 해파리만 끓는다’라는 속담이 생겨났다. 일이 꼬이려니 달갑지 않은 일만 생긴다는 뜻이다.
해파리라는 이름은 어디에서 왔을까?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해파리를 해타(海?)라 하고, 속명을 해팔어(海八魚)라고 했다. ‘타’는 뱀을 말하기도 하는데, 길게 늘어진 촉수가 뱀처럼 보여 얻은 이름이 아닐까? 그리고 해파리는 해팔어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싶다. 파리처럼 아주 흔해서 해파리라고 부르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몸이 젤리처럼 흐물흐물한 한천질로 되어서 영어로는 젤리피시(jellyfish)라 부른다.
해파리는 자포(刺胞)동물에 속하며, 다세포동물 중에서 해면동물 다음으로 가장 단순하다. 호흡이나 소화 등 생리작용이 몸 가운데 강장이라 불리는 빈 공간에서 일어난다. 그래서 예전에는 강장동물이라고 불렀다. 자포란 쏘는 세포를 말하니, 자포동물은 쏘기 세포를 가지고 있는 동물 종류가 되겠다. 해파리는 해수욕장에 나타나 자기 이름값을 한 죄로 뉴스에 오르내린다. 해파리 모양새를 살펴보건대 삿갓 또는 보기에 따라서 우산이나 버섯처럼 생긴 몸을 가졌고, 국수발처럼 늘어진 촉수가 달렸다. 이 촉수에 독이 든 자포가 있어 먹이생물을 쏘아 마비시켜 잡아먹는다. 해파리 몸의 95%는 물이다. 그렇다고 해파리를 물로 보면 큰 코 다친다. 해파리 종류 중에 강한 독을 가진 것이 있기 때문이다. 상자해파리나 부레관해파리의 독은 어느 동물의 독보다도 강하다. 사람도 해파리 독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 바다의 말벌이라는 상자해파리 별명이 무색하지 않다. 해파리 촉수의 자세포가 사람의 피부에 닿으면 가렵고 따가우며 쏘인 자리가 부어오른다. 해파리에 쏘인 곳은 마치 불 채찍에 맞은 것처럼 보인다. 해파리 독성분에는 파이살리톡신, 탈라신, 콘제스틴, 하이포톡신 등이 있다. 해파리에 쏘이면 피부를 바닷물로 잘 씻은 후 장갑을 낀 손이나 핀셋으로 붙어있는 해파리의 자포를 조심스럽게 떼어낸다.
해파리는 약방의 감초처럼 어느 수족관을 가더라도 있다. 수족관에서 해파리가 너울너울 헤엄치는 것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래서 심리적인 불안을 치료하는 용한 의사 노릇도 한다. 마치 심장 박동처럼 해파리는 일정한 간격으로 몸을 수축하면서 헤엄친다. 원리는 몸을 수축해 물을 밀어내는 반작용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주변 바닷물의 흐름을 거슬러 헤엄칠 수 없을 정도로 수영실력이 뛰어나지 못해 동물플랑크톤으로 분류한다.
해파리는 원자력발전소의 취수구를 막아 사고를 유발하기도 한다. 2001년에는 경북 울진원자력발전소에서 냉각수를 끌어들이는 취수구를 해파리들이 막는 바람에 발전소 가동이 멈췄던 일도 있었다, 어민들의 피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지구온난화로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자 열대해역에 살던 노무라입깃해파리가 남해안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크기가 1~2㎙나 되고 몸무게가 200㎏에 달하는 대형 해파리가 그물에 걸려 그물이 훼손되기도 한다. 물론 그물 속에 물고기보다 해파리가 더 많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으니 어민들은 울상일 수밖에 없다.
해파리가 극성이다 보니 해파리를 잡아들이는 로봇이 개발되기도 했다. 그러나 자연 상태에서 해파리에게도 천적은 있다. 바다거북, 개복치, 병어, 쥐치 등은 해파리를 즐겨 먹는다. 이들을 잘 이용하면 굳이 로봇 군단이 아니더라도 해파리의 침공을 막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해파리가 항상 귀찮은 존재만은 아니다. 우리의 미각을 즐겁게 해주는 해파리도 있다. 우리나라, 중국, 일본에서는 예로부터 몇몇 해파리를 식용으로 썼다. 일본에서 식용으로 하는 월전해파리는 갓의 지름이 2㎙나 되고 무게가 400㎏이나 되는 대형이다. 요즘처럼 더워서 입맛이 없을 때는 꼬들꼬들한 해파리로 만든 새콤한 냉채가 그만 아닌가.
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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