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ㆍ쌍용차에 보상조치 촉구
업계선 "부처 간 검증 조율부터"
끝내 조율에 실패한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간 자동차 연비검증 논란의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초 제조사를 상대로 소비자들이 집단 소송에 나선 데 이어, 이번엔 국토부가 제조사들에게 연비과장을 인정하라며 촉구하고 나선 것. 하지만 업계는 양 부처 간 서로 다른 검증결과를 근거로 보상에 나서긴 힘들다는 입장을 재차 밝혀, 결국 최소한의 조정능력조차 갖추지 못한 정부의 무능이 소비자들의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일 국토부와 자동차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 국토부는 비공식 라인을 통해 현대차와 쌍용차에 6월 말 ‘부적합’으로 발표된 연비 재검증 결과를 인정하고 보상 등 후속조치에 나서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현행법상 차량 결함을 안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차량 소유주에게 관련 사실을 알리도록 돼 있는 규정을 제조사들이 이행하지 않자 압박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산업부가 이미 ‘적합’ 판정을 내린 데다, 재검증 당시 중재를 맡은 기획재정부도 단일화된 결과를 내놓지 못한 이유를 들어 제조사들이 순순히 물러설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하다.
이번 논란은 국토부가 기존 산업부의 연비검증과 별도로 지난해 자동차관리법을 근거로 현대자동차 싼타페(2.0디젤 2WD)와 쌍용차 코란도스포츠(2.0DI)에 대해 검증을 실시하면서 촉발됐다. 정부는 올 초 재검증을 통해 연말부터 이뤄지는 모든 연비검증은 국토부로 일원화한다는 결론을 냈지만, 정작 갈등을 야기한 싼타페와 코란도 연비검증 논란은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다.
따라서 해당 차량을 소유한 소비자들의 피해는 커질 전망이다. 우선 최근 제조사를 상대로 연비 과장광고에 대한 책임을 물어 소송을 시작한 1,700여명의 소비자들은 사실상 연비과장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만큼 재판을 통해 또 다시 검증을 벌여야 한다. 자연스레 소송 장기화로 인한 비용 등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현 상황을 빌미로 보상에 미온적인 제조사들 역시 소비자들을 울리고 있다. 정부의 조율실패와 관계없이 제조사들이 적극적으로 보상에 나설 경우,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정부의 입장정리만 바라보고 있기 때문.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의 이 같은 관행에 수입차 업체들도 갈수록 국내 시장에서 보상을 꺼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토부와 업계는 연비 부적합 판정 결과를 인정할지 여부를 두고 내년 상반기까지 논의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리콜 등 제조사를 상대로 강제 시행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산업부와 국토부는 서로 자존심 대결을 할 게 아니라, 상이한 검증기준에 대한 합의를 빨리 이뤄내야 한다”며 “제조사들 역시 소비자 보상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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