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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빈민가에 핀 '희망' 영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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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빈민가에 핀 '희망' 영화로

입력
2014.08.1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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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대 교수ㆍ학생 재능기부 제작, '바세코의 아이들' 14일 전국 개봉

한국 선교사들 15년 나눔봉사 기록, 처참한 일상 딛고 꿈 키우는 스토리

바다 위 쓰레기 더미를 놀이터 삼아 노는 바세코 아이들. 쓰레기에서 폐품을 골라 하루 한끼로 버티며 살지만 표정에는 해맑은 웃음이 가득하다. 영화 ‘바세코의 아이들’의 한 장면. 청주대 제공
바다 위 쓰레기 더미를 놀이터 삼아 노는 바세코 아이들. 쓰레기에서 폐품을 골라 하루 한끼로 버티며 살지만 표정에는 해맑은 웃음이 가득하다. 영화 ‘바세코의 아이들’의 한 장면. 청주대 제공

파도에 쓸려온 쓰레기 더미가 가득한 항구 마을. 아이들은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해 온종일 파도를 타며 쓰레기 더미를 뒤진다. 11만명의 주민 가운데 절반이 주민증도 없이 사는 곳. 주민 상당수는 마약, 매춘, 장기밀매로 비참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 3대 빈민촌 중 한 곳인 필리핀 마닐라 항구 끝자락의 바세코(Baseco)지역 얘기다.

절망만 가득한 이곳에 지금 희망이 싹트고 있다. 15년 전부터 바세코에서 나눔봉사를 벌이고 있는 한국인 선교사들의 노력 덕분이다. 신승철ㆍ이경욱 선교사는 헐벗은 어린이들을 위해 음식 나눔센터를 건립하고 학교를 세워 제빵기술과 복싱ㆍ태권도 등을 가르쳤다. 이제 주민들은 “일을 하고 싶다”고 희망의 노래를 부른다.

이런 줄거리를 담은 독립영화 ‘바세코의 아이들’(74분)이 14일 롯데시네마 청주점 등 전국 15개 극장에서 개봉한다. 다큐멘터리 형식의 이 영화는 청주대 영화학과 김경식(54)교수와 학생들이 3년여에 걸쳐 제작했다.

김 교수는 세계선교공동체를 통해 바세코와 신승철 선교사에 대한 소식을 접했다. 학생들과 논의 끝에 바세코의 현실을 널리 알리기 위해 영화를 만들기로 마음을 모았다.

2011년 8월 바세코 현지에 도착해보니 상황은 훨씬 참혹했다. “쓰레기 더미에서 음식물 찌꺼기를 주워먹는 아이, 마약 운반에 동원되거나 장기밀매로 팔려가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한국 전쟁 당시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먼저 전투병력을 파병했던 나라였는데, 이젠 우리가 도울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방학을 이용해 20여명의 학생이 4차례 현지를 오가며 촬영한 영화는 바세코의 처참한 일상과 그 속에서 희망을 심어주고 있는 한국 선교사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 제작에 들어간 비용은 총 6,000여만원. 김 교수는 “학교에서 지급하는 특별연구비와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충당했다”고 했다.

이 영화는 지난 5월 열린 ‘제11회 서울국제사랑영화제’에 출품돼 전회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김 교수와 학생들은 후속 작품을 준비 중이다. 학교에서 배운 기술로 제과점을 연 학생, 복싱 선수가 된 청년, 영화 제작에 뛰어든 학생 등 어두운 현실을 극복하고 꿈을 키워가는 바세코 사람들의 변화된 모습을 담을 참이다.

김경식 교수는 “영화인에게 사랑을 전파하는 현장을 기록해 널리 알리는 것만큼 갚진 재능기부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영화를 관람하는 모든 분들이 주변의 어려운 사람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바세코의 아이들’의 수익금은 바세코 주민들을 위해 쓰인다.

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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