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에서도 자본주의 사회와 마찬가지로 경쟁이 강조되면서 소비자의 위상이 크게 높아지는 양상이다.
공급 위주의 계획경제 체제를 고수해 온 북한에서 소비자의 수요와 기호를 반영한 생산을 강조하는 모습은 꽤 이례적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3일 '1980년대처럼 8월3일인민소비품 생산운동을 활발히 벌리자'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소비품의 사용자는 '인민'이라며 주민들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 것을 독려했다.
사설은 "사회주의 사회에서 인민을 떠난 소비품 생산에 대해서 생각할 수 없다"며 "인민의 요구와 이익을 최우선, 절대시해야 하며 인민이 좋아하고 인민이 바라는 소비품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 우리 당의 숭고한 뜻"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이런 소비자 중심 정책이 생산자 경쟁을 촉발해 제품·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성과를 냈다고 선전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월간지 '조국'(8월호)은 '경쟁의 기준은 인민들의 평가'라는 글에서 "제품에 대한 평가는 오직 그 요구자이고 직접적 사용자인 대중만이 할 수 있다"며 소비자의 수요를 고려한 생산을 강조했다.
'조국'은 "대중 속에서 인기있고 많이 사용되는 제품은 질이 좋다고 평가된다"며 대표적인 사례로 화장품 브랜드 '은하수', '봄향기'를 들기도 했다.
조선신보는 지난달 30일 평양발 기사에서 보통강신발공장을 소개하며 이 공장은 백화점을 통해 정기적으로 고객 민원을 반영해 '킬힐'·'웨지힐'·'뾰족구두' 등 인기상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비자의 평가를 중시하는 모습은 교육계에서도 발견된다.
노동신문은 지난 7일 학기마다 학생이 교사를 평가하도록 하는 김정숙제1중학교의 '상향식 평가'를 교육개혁의 성과로 소개하며 이런 경쟁 시스템이 교육계 전반에 영향을 줄 것임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 같은 변화는 '인민생활 향상'을 내세우는 김정은 체제의 '경공업 중시' 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김일성·김정일 체제가 중시했던 중화학공업과 달리 경공업은 '증산'과 함께 '양질'의 가치도 고려해야 했고 결국 소비자 평가를 강조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소비자 평가를 통해 경쟁을 시켜 생산성을 높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생산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라며 "사회주의경쟁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자본주의의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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