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 수위 올려 장기전 예고 미군, 반군에 4차례 2차 공습
수송차 등 파괴로 총 20명 숨져 쿠르드족도 美 지원시 반격 태세
일각선 "오바마 숨은 의도는 석유" 여름 휴가지 도착하자마자 라운딩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9일 이라크 공습이 수개월 지속될 수 있다며 사태 장기화를 예고했다. 선전포고만 하지 않은 새 이라크 전쟁이 시작됐다는 말이 벌써 나온다.
미군은 이날 이라크 북부 신자르 지역의 수니파 무장반군 이슬람국가(IS) 세력에 4차례에 걸쳐 2차 공습을 단행했다. 그러나 IS세력은 계속해 신자르 산악에 피신한 수천명을 비롯 4만명의 소수종교 야지디파를 위협하고 있다. 앞으로 미군 공습의 성패는 야지디파 구출과 제노사이드(대량학살) 차단에 달려 있게 됐다. 오바마가 말하지 않은 진짜 공습 이유가 쿠르드지역 원유 생산 안정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공습 수개월 지속, 군사 공격 확대
오바마는 이날 여름휴가 출발에 앞서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문제를 수주 내에 해결할 수 없으며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작전들에 특별한 시간표를 제시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군사 조치의 불확실성과 불안한 이라크 정정을 반영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오바마는 또 언론인 토머스 프리드먼과 인터뷰에서 IS의 국가 성립을 막기 위해 군사 공격을 확대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공습 발표 이틀 만에 오바마의 발언 수위가 올라가자 미국이 다시 이라크 수렁에 빠지고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009년 대선 때 이라크 전쟁을 ‘멍청한 전쟁’으로 비난했던 오바마가 끝이 보이지 않는 어려운 군사작전에 휘말려 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공화당은 “무장세력을 이라크와 시리아 밖으로 몰아낼 수 있게 공습 작전을 확대하라”고 주문했다.
미군은 이날 전투기와 무인공격기로 4차례 공습, 지금까지 모두 7차례 공습을 단행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성명에서 수대의 무장 장갑차량과 무기수송 트럭을 파괴했으며, 3차 구호물자 투하작전도 수행했다고 밝혔다. 영국과 프랑스도 인도적인 목적의 구호물자 공수작전에 동참할 뜻을 밝혔다.
불안한 이라크 정치, 힘 얻는 IS
오바마는 IS의 진격을 저지하려면 새 이라크 정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새 정부가 구성되면 현 정부에 반감을 보이던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아랍국들이 이라크 수니파를 진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리 알 말리키 총리가 시아파 최고지도자 알리 시스타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퇴를 거부, 정부 구성은 헌법이 정한 마감시한을 넘긴 상태다. 신임 총리선출 투표도 당초 11일에서 하루 연기됐다. IS의 공세에 눌려 퇴각했던 쿠르드족 군대 페쉬메르가는 미국 지원으로 중무기로 무장하고 곧 반격에 나설 예정이다.
반면 IS의 세력이 계속 확대되면서 미군 공습이 이들을 제어할 수 있을지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예멘과 아프리카의 알 카에다 조직원들까지 가세, IS 세력은 역사상 가장 부유하고 강력한 테러 조직으로 평가되고 있다. 오바마도 “IS가 정보 당국의 예상보다 빠르게 진격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IS는 지금까지 미군 공습으로 무기 수송차량과 호송차량 등이 다수 파괴되고 20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숨겨진 공습 이유는 원유?
오바마가 현지 미국인 보호와 야지디파 구출을 공습 명분으로 설명한 것과 달리 원유가 숨겨진 이유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시사지 뉴리퍼블릭에 따르면 미군의 작전이 쿠르드 자치주 수도인 아르빌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것이 이런 의구심을 낳는다. 아르빌은 이라크 원유 생산의 4분의 1을 차지해 만약 쿠르드족이 아르빌을 중심으로 독립한다면 단번에 세계 9위 원유보유국이 된다. IS 세력이 이런 아르빌을 장악하면 이라크 원유 생산이 위축돼 원유가격이 폭등하고 세계 경제에도 타격이 불가피해진다. 쿠르드 지역 불안으로 셰브론, 엑손모빌 같은 정유사들이 일부 철수를 시작하자 국제 원유가격은 상승세로 돌아섰다.
오바마, 골프휴가에 여론은 침묵
오바마는 이라크 작전 이틀째인 9일 예정대로 매사추세츠주 마서스 비니어드로 여름휴가를 떠났다. 2주 동안 가족과 함께 7개의 침실과 테니스장, 농구장, 수영장이 딸린 대저택에서 지낸다. 휴가 중인 17~19일 백악관으로 돌아와 회의를 잠시 주재하고, 또 휴가지에서 정치자금 모금행사도 갖는다. 외교 현안이 산적한 대통령이 워싱턴을 비우는 게 곱게 보이지 않을 만도 한데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휴가 계획을 바꿀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골프광 오바마는 이번에도 휴가지에 도착하자마자 골프장부터 찾았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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