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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환, 끝맺지 못한 'J리그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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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환, 끝맺지 못한 'J리그 신화'

입력
2014.08.09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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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스타, 2006년 돌연 J2리그 하위팀에 둥지 코치-감독으로 ‘초고속 승진’ 후 J리그 1위 견인 돌연 계약해지에 충격… 향후 행보에 시선집중

사간 도스 제공
사간 도스 제공

일본 J리그에서 ‘사간 도스 열풍’을 일으키며 승승장구 하던 윤정환(41) 감독이 시즌 도중 돌연 사퇴했다. 사간 도스는 8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윤정환 감독과의 계약을 해지했다”고 발표했다. 윤정환의 갑작스런 사퇴 소식에 한국과 일본 축구계가 떠들썩했다. 팀이 J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상황이라 사퇴 소식에 대한 충격과 궁금증은 더 컸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한 축이었던 윤정환은 2006년 일본 J2리그에 진출했다. 필드플레이어로서는 환갑이 넘은 서른 넷의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그가 옮겨간 사간 도스 팀은 일본 규슈 지방 사가 현에 위치한 인구 7만여 명의 작은 도시를 연고지로 하고 있다. 마지막 불꽃을 태우기에는 매력적인 팀도, 미래 지향적인 팀도 아니었다. 당시 사간 도스는 창단한지 10년도 안된 팀으로 J2리그 중하위권을 헤매고 있었다. 예산도 많지 않아 선수 보강도 쉽지 않았다. 그야말로 1부 리그 진출은 언감생심의 팀이었다.

때문에 축구를 좀 안다는 많은 팬들은 그의 선택을 의아해했다. J리그 강팀 세레소 오사카에서 뛰었던 경험이 있었기에 단순히 선수 생활 연장을 위한 결정이려니 생각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팬들의 머릿속에서 ‘윤정환’이란 이름은 자연스럽게 지워져 갔다.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른다고 했던가. 바로 그 때부터 윤정환의 '기적'이 시작됐다. 윤정환이 발을 들인 뒤부터 사간 도스의 체질이 바뀌기 시작했다. 선수로 뛴 첫해인 2006년 팀 창단 후 최고 성적인 J2리그 4위를 기록했다. 2007년 은퇴 후에는 기술고문으로, 2009년에는 코치로 임명됐다. 2010년 수석코치를 맡았지만 구단에서는 사실상의 감독 역할을 줬다. 이에 보답하듯 2011년 윤정환은 정식 감독 부임 첫해 팀을 1부 리그로 올려놨다.

일본에서는 혹독한 훈련으로 팀 체질을 바꿔놓은 윤정환을 '오니(鬼·귀신)'라 부르며 극찬했다. 외국인, 특히 한국인에 배타적인 일본 땅에서 '초고속 승진'한 그는 J리그의 최연소 감독 기록을 갈아치웠다. 승격 첫 해였던 2012년, 2부 리그로 강등될 것이라는 일본 현지 전문가들의 예상은, 단단히 무장된 젊은 감독과 무명 선수들에 의해 보기 좋게 깨졌다. 사간 도스는 5위를 기록했다. ‘기적’은 ‘신화’로 성장하고 있었다.

사간 도스 제공
사간 도스 제공

당시 사간도스의 총 연봉은 우리 돈 약 50억원. 강호 나고야 그램퍼스(약 310억원), 인기 구단 우라와 레즈(약 270억원)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몸값이었지만, '윤정환 사단'은 더 뛰고 더 집중해 자본과 성적의 비례 그래프를 망가뜨려 놓았다. 성적이 따르니 지역 팬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지난해에는 인구 7만의 도시에 평균 관중은 무려 1만2026명이 들어찼다. 평균관중 6,000명 정도였던 5년 전에 비하면 2배 이상 는 셈이다.

물론 J리그 상위권으로 오는 길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패스 축구를 선호했던 그였지만, 팀이 이기기 위해선 체력이 우선이라 판단했다. 혹독한 스케줄을 짰다. 경험해보지 않은 고된 훈련에 젊은 선수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특히 팀의 주축인 도요다 요헤이(29)는 항명에 가까운 불만을 터뜨렸다. 하지만 윤 감독은 그에게 강훈련의 의미를 차근차근 설명했다. 팀이 바뀌고 성적이 나기 시작하자 불만은 쏙 들어갔다. 나약했던 팀은 어느새 누구도 쉽게 꺾지 못하는 강팀이 돼 있었다. 요헤이는 J리그 승격 첫해 19골을 몰아넣으며 득점 2위에 올랐다.

사간 도스는 지난 2013 시즌 정규리그에서는 12위로 떨어지며 다시 강등 우려를 샀지만, 2014 시즌에는 초반부터 선두권을 놓치지 않았다. 사간 도스는 18라운드까지 치러진 8월 8일 현재 12승 1무 5패로 리그 선두에 올라있다.

8년 전 소리 없이 시작된 윤정환의 '사간 도스 신화'는 불 타오르려는 순간 아쉽게 막을 내렸다. 시즌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데다가 사간 도스가 1부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어 그의 사퇴 배경에는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구단은 구체적인 사퇴 이유를 밝히지 않은 가운데 일본 매체들은 구단과의 갈등이 결정적인 원인일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한국 대표팀 코치직 내정설도 불거진 가운데 윤정환은 향후 거취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사간 도스 신화’를 완성하지 못한 윤정환이 어디에서 새로운 신화에 도전할 지 주목된다. 김형준기자 mediaboy@hk.co.kr

▶윤정환에게 듣는 '도스 스토리'

▶윤정환이 쓴 '사간 도스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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