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8일 이라크 내 수니파 무장반군 이슬람국가(IS)에 대한 제한적 공습을 감행했다. 공습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 철군 3년 만에 다시 군사개입을 선언한 다음날 전격 이뤄졌다.
미국의 공습은 이라크 수니파 반군 '이슬람 국가'(IS)가 이라크 최대 규모의 모술 댐과 기독교 마을을 장악하는 등 세력을 급속히 확대해 가는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미국의 공식 개입으로 이라크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미군 F/A-18 전투기 2대가 그리니치 표준시(GMT) 기준으로 이날 오전 10시45분(한국시간 오후 7시45분)께 아르빌 근처 IS 반군의 이동식 야포와 야포를 운반하는 트럭에 500파운드(225㎏)의 레이저 유도 폭탄을 투하했다고 설명했다. 1차 공습에 이어 GMT 기준 오후 2시(한국시간 오후 11시) 직후 미군 무인기(드론)가 IS의 박격포 기지를 폭격해 반군들이 사망했으며, 이로부터 1시간여 후 F/A-18 전투기 4대가 7대로 구성된 IS 콘보이 차량에 8발의 레이저 유도 폭탄을 투하했다고 커비 대변인은 밝혔다. 이날 하루에만 총 3차례 공습을 단행한 것이다. 미국의 이라크 공습은 지난 2011년 미군 철수 이후 처음이다.
커비 대변인은 "미국인들이 있는 아르빌을 방어하기 위해 오늘 (1차 공습에 이어) 2차례 추가 공습을 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공습은 2011년 유럽 다국적군과 함께 리비아에서 실시한 이후 처음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밤 9시30분 백악관 성명에서 ▦이라크 북부지역을 장악한 IS에 대한 공습과 ▦고립된 현지 민간인을 위한 인도적 구호물자 공수 작전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성명에 앞서 미군은 F/A-18 호넷전투기 2대의 호위 속에 이라크 북부 신자르 지역에서 C-130 등 3대의 수송기로 식량 8,000인분과 20만리터의 식수를 투하했다.
공습 결정은 이라크 정부군에 이어 쿠르드족 군조직 페쉬메르가까지 IS 공격에 패퇴, 이라크 전역이 반군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면서 나왔다. IS는 최근 티그리스강 상류의 모술댐까지 장악하고 기독교도와 야지디족 등 소수 종파에 살해 위협을 가하며 세력을 넓혀왔다. 야지디족 4만명은 산악지대에 식량과 물도 없이 5일 동안 고립돼 있어 대량 학살이 우려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 사태에 “미국이 눈 감을 수 없다”며 “오늘 미국이 (그들을)돕기 위해 간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세계 위험에 매번 개입할 수도, 해서도 안 된다”는 자신의 신고립주의 독트린을 상기시킨 뒤 “그러나 지금은 대량살상을 막기 위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습을 IS가 쿠르드자치지역 수도 아르빌을 공격해 미국 시민과 군인의 안전을 위협하거나 현지에 고립된 민간인과 소수파 구호 지원에 필요한 경우로 제한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공습 결정이 오바마 정부의 이라크 전략에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군사개입 확대를 예상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테러세력이 이라크에서 미국인과 미국 시설을 위협하면 행동을 취하겠다”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하지만 그는 “최고사령관으로 미국이 이라크의 또 다른 전쟁에 휘말려 드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며 지상군 투입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미 의회는 상하원 군사위원회 위원장들이 공습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공습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일부는 이라크뿐 아니라 시리아의 IS 병력에도 미군의 군사활동을 주문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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