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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외길 40년 老기자가 삶에서 건진 촌철살인 유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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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외길 40년 老기자가 삶에서 건진 촌철살인 유머들

입력
2014.08.08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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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지음

열린책들ㆍ352쪽ㆍ1만2,800원

격렬한 시기를 헤쳐 나온 자들에겐 일상의 신산들이 다소 헛헛해 보일 수도 있다. 40년을 현장 기자로, 이후로도 언론인의 길을 걷고 있는 한국언론문화포럼 임철순(61ㆍ사진) 회장(전 한국일보 주필)에게 그러나 그것들은 여전히 진지한 관심사다. 우스개로 삶의 본질을 통찰하던 그가 ‘생활 밀착형 유머 에세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들고 나왔다. 헛바람을 빼기도, 넌지시 정곡을 찌르기도 하며 그가 동시대인들에게 참으로 주고 싶어 하는 것은 세파를 건너 낼 힘이다.

예를 들어 술자리의 빠트릴 수 없는 문화, 건배사에 대한 생각은 동시대와 그가 맺고 있는 미묘한 긴장을 대변한다. 우수마발처럼 된 건배사 ‘위하여’는 ‘위기를 기회로, 하면 된다, 여러분 힘내세요’로 바꿀 것을 제안한다. 덤으로 ‘오바마’ 해프닝도 곁들인다. 어떤 조직의 간부가 기자들과 술 마시다 “오빠, 바라만 보지 말고 멋대로 해”라는 뜻으로 한 말이었는데, 주흥이 도도해져 뱉은 그 말로 옷까지 벗어야 했다는 것.

한창때의 성격을 직설적으로 드러내주는 ‘오바마’도 있다. “오늘도 바쁘게 마시자.” 눈썹 휘날리며 신문 제작 현장을 오가던 모습이 금방 잡힐 듯 하다. 가정의 화목을 위해 주당들에게 충고하는 ‘오바마’는 이렇다. “오직 바라보는 건 마누라뿐.” 중진 언론인이 무심코 던져주는 골계에는 저렇듯 혼자 낄낄거리고 넘기기에는 아까운 생활의 ‘전략’들이 촘촘히 박혀있다.

그는 인간적인 정과 슬픔이 담겨있는 유머를 실천해 오고 있다. 다음과 같은 지적은 그래서 더욱 쓰다. “세월호 사고에 대처하는 고위 공직자들을 보면서 ‘평소엔 유머 감각이 없고, 큰일이 닥치니 인정머리가 없구나’하고 생각했다.(6쪽)”편집국 기자들과 어깨를 겯던 시절에는 본명을 음차(音借)한 애칭, ‘짤순’으로 더 잘 통했던 그다. 그만큼 치밀했다. 그러나 이제 시간의 흐름에 순응한다.

제법 나이가 들고 보니 걸핏하면 틀리고, 틀리고도 인식하지 못 하는 게 다반사가 되고 말았다는 정도가 아니다. 압권은 마감에 쫓겨 넘긴 ‘암철순’. “나도 갔구나, 갔어”라는 자괴, “누구에든, 무엇에든 암적 존재는 되지 않아야겠다”는 반성과 다짐이 그를 에워쌌다(134쪽) 한다. 저 같은 상념을 두고 인간미(人間味)라 한다면 저자의 박람강기함에 대한 폄훼일까.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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