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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 많은 의료기술 퇴출 길 열리나

입력
2014.08.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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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크 환자 추간판 내 스테로이드 치료 등 보건의료硏 재평가 진행 중

2012년 미국에선 척추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은 환자가 잇따라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원인은 스테로이드 약물이 곰팡이균에 오염됐던 탓이었다. 스테로이드 주사는 디스크 환자의 허리 통증을 줄이는 효과가 있으나 추간판에 염증이 생기는 등 부작용이 국내에서도 여러 차례 보고됐다.

최근 전문가들 사이에서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의료기술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번 의료기술로 인정되면 문제가 발생해도 퇴출시키는 제도가 없어 환자들의 건강권이 위협받는다는 지적이다.

8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 따르면 연구원은 의료기술재평가제도 법제화를 위해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되는 의료기술이 적합한 지 다시 평가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재평가 시범사업 대상인 의료기술은 추간판 내 스테로이드 치료와 소장 캡슐내시경이다. 추간판 내 스테로이드 치료에 대한 평가는 부작용에 따른 적합성을 판단하겠다는 취지인 반면 소장 캡슐내시경은 그동안 효과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이유로 재평가를 진행중이다. 소장 캡슐 내시경은 일반 내시경으로 보기 힘든 소장의 출혈 등을 관찰하는 데 유용한 의료기술이다.

의료기술의 사후관리 차원에서 재평가제도 도입 필요성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의료기술로 인정받기 위해 시행되는 임상시험은 엄격한 조건 하에 특정환자에게만 적용하기 때문에 의료현장에서 안전성과 효과성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새로운 의료기술은 ▦식약처의 의약품ㆍ의료기기 허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의료기술 평가 ▦급여나 비급여 여부를 결정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평가를 거쳐 도입된다. 지금까지 심평원에 등재된 의료기술은 7,500건이며 이 가운데 도입 절차가 까다로워진 신의료기술평가제가 도입된 2007년 이후 인정된 의료기술은 471건이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영국, 호주, 스페인 등은 의료기술이 문제되면 기존에 인정받았던 기술이라도 퇴출시키는데 반해, 우리는 의료기술이 한 번 인정되면 나중에 논란이 생겨도 평가조차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의료기술에 대한 재평가 결과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아직 논란거리다. 이선희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의료기술분석실장은 “의료기술의 질을 안전성, 유효성에 따라 A~D 등급으로 구분해 환자들에게 알리는 등급제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고, 해당 의료기술을 아예 퇴출시킬 경우 의료계의 반발에 대응할 과학적 증거를 내밀기가 쉽지 않아 두 가지 안을 놓고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관련 법 개정을 목표로 올해 말까지 시범사업을 마무리하고 공청회를 열어 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다는 계획이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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