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프로축구 선두 사간도스 "윤감독과 7일자로 계약 해지"
팀 선두 이끌어 놓고 사퇴 충격
현지 언론 "구단과의 마찰이 원인"
한국 청소년대표팀 감독 내정설도
‘불행한 천재’가 지도자로서도 비운을 피해가지 못했다.
일본프로축구 J리그 사간도스의 선두 질주를 이끌던 윤정환(41) 감독이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사간도스는 8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윤정환 감독과의 계약을 7일자로 해제했다”고 발표했다.
사간도스는 윤 감독의 구체적인 사퇴 이유는 공개하지 않았다. J리그에서 지도자로 성공가도를 달리던 그가 돌연 물러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간도스는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인 18라운드 현재 12승1무5패(승점 37)로 1부 리그 선두를 질주 중이다.
일본 언론들은 윤 감독이 구단과 갈등을 빚다가 결별한 것으로 내다봤다. 닛칸스포츠는 “리그 도중 선두 팀 감독이 해임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며 “선수 보강 등을 놓고 구단과 윤 감독 사이에 의견 마찰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윤 감독의 한국 청소년 대표팀 감독 및 성인 대표팀 코치 부임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는 전혀 근거 없는 얘기라며 부인했다.
윤 감독은 선수 시절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손꼽혔다. 투지와 체력을 강조하던 1990년대 넓은 시야와 정교한 패스, 창조적인 플레이 스타일로 두각을 나타냈다. 1995년 유공(현 제주 유나이티드)에 입단한 그는 발레리 니폼니시(러시아) 감독 아래 무럭무럭 성장했다.
이듬해에는 애틀랜타 올림픽 대표팀에 뽑혀 이름을 더욱 알렸다. 최용수, 이기형, 서동명 등 호화 멤버를 꾸린 대표팀 가운데 핵심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가나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는 페널티킥으로 결승골을 넣기도 했다. 대표팀은 1승1무1패로 아쉽게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지만 윤정환의 가치는 단연 돋보였다.
이후 윤정환은 지도자 운이 없었다. 기술을 중요시하는 감독은 윤정환을 중용했지만 이는 소수에 불과했다. 대부분이 체력과 투지를 강조했다. 특히 성인 대표팀 감독들은 선입견에 갇혀 윤정환을 ‘체력이 약한 선수’로 분류했다. 그래서 주전이 아닌 조커로 활용했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뤘을 당시에는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한 차례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윤정환은 2003년 J리그 세레소 오사카에서 성남으로 돌아왔을 때 설 자리를 잃었다. 그 해 30경기에 나섰지만 대부분 전반만 뛰고 교체아웃 됐다. 생애 첫 K리그 우승을 맛본 순간에도 주연이 아닌 조연에 머물렀다.
1년 뒤 전북으로 이적한 그는 부천 시절 코치였던 조윤환 감독 아래 다시 기량을 꽃피웠다. 성남 시절 1골 3도움에 그쳤던 개인 성적도 2골 8도움으로 크게 올렸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2005년 자신을 믿어주던 조 감독이 물러나자 원점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2006년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가 새 둥지를 튼 곳은 2부 리그의 사간도스였다. 윤정환은 2006년과 2007년 2년 간 팀의 1부 리그 승격을 위해 베테랑으로 온 힘을 다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은퇴했다.
2008년부터 사간도스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이후 2011년 감독 자리에 오른 윤정환은 부임 1년 만에 팀을 1부 리그에 올려놓으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1부 리그 첫 시즌이었던 2012년 5위까지 성적을 냈던 그는 지난해 12위에 머물렀지만 일왕배 대회에서는 4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냈다. 올 시즌에는 1부 리그 선두를 이끌고 있지만 결국 구단과 방향성이 맞지 않아 중도 하차했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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