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계획적 살해 가능성 있어 계속 수사 방침"
'포천 빌라 살인 사건' 피의자가 수면제를 산 시기와 살해된 내연남의 행적이 끊긴 시기가 비슷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 사건을 송치했지만 내연남을 계획적으로 살해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계속 수사하기로 했다. 이씨의 주장대로라면 우발적인 살인이지만 수면제를 사용했다면 얘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8일 경기 포천경찰서에 따르면 피의자 이모(50·여)씨는 지난해 5월 26일 '졸피뎀' 7정을 구매했다. 졸피뎀은 수면 성분이 강해 처방전이 있어야 살 수 있다. 내연남이자 옛 직장동료인 A(49)씨의 시신에서 졸피뎀과 이보다 약한 수면 성분의 '독실아민'이 검출됐다.
A씨는 같은 해 6월부터 행적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씨는 이 무렵 길에서 만난 외국인 남성에게 A씨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줬다. 이 남성은 8월 1일부터 9월 16일까지 한 달 반 동안 48차례나 A씨 번호로 전화했으나 이 가운데 딱 1차례 통화가 이뤄진 기록이 남아 있다.
외국인 남성은 "당시에 '바빠 끊어'라는 여자 목소리만 짧게 들렸다"고 진술했다. 이 점에서 A씨가 지난해 5월 말에서 6월 초 사이에 살해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또 졸피뎀 구입 시기와 내연남의 행적이 끊긴 시기가 비슷해 이씨가 수면제를 이용해 계획적으로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는 A씨 살해 시기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다. 다만 "금전 문제로 A씨가 집에 찾아왔는데 함께 술을 마시다 폭력을 행사했고 이를 막으려 밀친 뒤 넘어진 A씨의 목에 스카프를 감고 얼굴에 랩을 씌워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의 심증과 달리 우발적인 살인이었다는 주장이다.
A씨의 시신은 부패가 심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에서 공격당했을 때 피하려는 방어 흔적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경찰은 집 안에 있던 술병과 술잔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수면제 성분이 검출되는지 의뢰했다. 이씨가 술에 미리 수면제를 타 이를 먹고 잠이 든 A씨를 살해해는 등 계획적인 범행이었다는 증거를 찾기 위해서다.
대법원 양형기준은 말다툼, 몸싸움 등 시비 끝에 격분해 저지른 살인을 '보통 동기 살인'으로 정하고 있다. 기본 양형은 10∼16년이며 당시 상황에 따라 감경 또는 가중될 수 있다.
계획적인 살인은 가중 요소이며 범행수법 등에 따라 양형이 15년 이상 또는 무기 이상으로 늘어난다. 사체유기 역시 가중 요소에 해당한다.
이씨는 현재 상태로 혐의가 인정되면 내연남 살인죄와 내연남 및 남편 사체를 은닉한 죄에 대해서만 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범행 전 수면제를 사용했다면 내연남 살인죄의 형이 가중된다. 아울러 남편이 자연사한 것이 아니라 수면제를 이용해 살해당했다는 의혹이 더욱 짙어진다.
김재웅 수사과장은 "이씨가 아무리 힘이 세다고 하지만 성인 남성을 혼자 목 졸라 살해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국과수 감정으로 살해 시기와 수법이 증명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