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남 살해·아들 방임 혐의 적용… 경찰, 집주인 이모씨 검찰로 송치

경기 포천시 빌라 살인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내연남과 함께 시신으로 발견된 남편의 사인을 규명하는데 끝내 실패했다. 포천경찰서는 피의자인 집주인 이모(50ㆍ여ㆍ구속)씨에 대해 내연남을 살해해 시신을 유기하고 어린 아들을 방임한 혐의(살인·사체은닉·아동복지법 위반)를 적용, 구속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자신의 집에서 내연남 A(49)씨와 집에서 술을 먹던 중 돈 문제로 다투다 스카프로 목을 감고 얼굴에 랩을 씌워 살해한 뒤 시신을 고무통에 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경찰에서 “A씨가 3개월치 월급을 맡겼는데 관계가 소원해지자 찾아와 돈을 달라며 먼저 욕을 하고 뺨을 때렸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씨가 범행 시기를 또렷이 기억하지 못했지만, A씨의 행적 등으로 미뤄 지난해 5월쯤으로 추정했다.
이씨는 또 지난 6월 초부터 2개월여 동안 막내아들(8)을 집에 홀로 둔 채 문을 잠그는 등 보호를 소홀히 한 혐의도 받았다. 이씨는 이 기간 집을 나와 또 다른 내연남과 지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지난달 29일 A씨의 시신과 함께 집 안 고무통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남편 박모(51)씨의 사인은 밝혀내지 못했다. 이씨는 “10년 전 자다가 남편이 자연사했고 사랑해서 시신을 보관했다”고 진술했고 이씨의 큰아들(28)도 “시신을 어머니와 함께 옮겼다”고 같은 주장을 했다. 거짓말탐지기에서는 진실 반응이 나왔고 진술을 뒤엎을 다른 물증도 없었다. 부검을 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시신의 부패 정도가 심해 정확한 사인을 추정하지 못했다. 이씨 모자는 공소시효가 7년인 박씨의 사체은닉죄에 대해서는 처벌을 면했다.
하지만 A씨와 박씨의 시신에서 모두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되는 등 범죄 연루 가능성은 남아있다. 이씨가 시신이 있는 집에 내연남을 끌어들이고, 10년 된 시신에서 지문이 나오는 등 의심스런 대목도 많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 송치 뒤에도 계속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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