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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균 험담 마다 않고 몸져눕길 다반사...사람 냄새 나는 이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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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균 험담 마다 않고 몸져눕길 다반사...사람 냄새 나는 이순신

입력
2014.08.0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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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량’이 열풍이다. 대통령과 여야 정치 지도자들이 흥행기록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는 영화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 절반 가까운 전투 장면과 전사에 빛나는 승리와 연결시키는 장치로서의 ‘두려움’ 정도가 기억에 남을 뿐이다.

그래도 영화는 ‘상유십이척 미신불사(尙有十二隻 微臣不死ㆍ아직 열두 척의 배가 남아있고 신 또한 죽지 않았습니다)’라는 장계(狀啓) 구절과 함께 그의 리더십을 돌이켜 보는 계기가 됐다.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을 좇아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한다.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이 있다”며 마치 대한민국 현실 정치를 질책하는 듯한 통제사의 꾸짖음도 감정이입을 위한 단순한 장치로만 보이지 않았다.

충무공의 리더십이 새삼 화제지만 ‘난중일기’에서 만난 장수는 허약하기 그지없는 너무도 인간적인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다. 인생 선배인 원균에 대해 말로 다 할 수 없는 악감정을 숨기지 않고, 해군 참모총장에 해당하는 삼도수군통제사가 된 뒤에도 토사곽란과 (아픈) 신음으로 숱한 밤을 지새우는 ‘인간 이순신’이었다. 이런 모습 때문에 배우 최민식보다는 김명민이 ‘명량’의 주연에 더 어울리는 캐스팅이라고 평론가들이 지적하는지도 모르겠다.

원균은 이순신보다 5년 선배지만 고시(무과)는 3년 후배다. 둘의 갈등이 본격화한 것은 왜란 초기 옥포해전의 공 다툼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인과 서인으로 계파를 달리하는 두 사람의 논공행상에서 승자는 이순신이었다. 이순신이 삼도수군통제사로 지휘권을 장악하자 원균은 크게 반발했고 둘 사이에 불화가 생겼다고 한다.

이순신은 그런 원균을 감정적으로 일기에서 표현하고 있다. 왜란 이듬해인 1593년 2월 말 우수사 원균을 만난 대목에서는 “원수사는 그 흉악하고 음험함을 무어라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라 하고 선상 주연에서 만난 원균에 대해서는 “술주정이 심하기가 차마 말할 수 없으니 배 안의 모든 장병들이 놀라고 분개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그의 거짓된 짓을 차마 말로 할 수 없었다”고 그렸다. 원균이 등장하는 대목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단어가 ‘음흉’ ‘해괴’ ‘흉악’ 등이다.

일기에서는 또 이순신이 자주 ‘몸져눕는’장면을 만날 수 있다. 전란 3년 째인 1594년 3월에는 때이른 더위가 찾아왔는데도 근 한 달간 병치레로 고생하는 대목이 나온다. 월초 “몸이 몹시 괴로워 앉고 눕기조차 불편”하던 이순신은 회복될 기미조차 없이 월말까지 “몸이 불편하여 종일 신음”하는 등 된몸살을 앓았다. 정유재란이 일어난 1597년 8월 어느 날 일기에는 토사곽란을 앓던 이순신이 “몸을 차게 해서 그런가 하여 소주를 마셨더니 인사불성이 되어 깨어나지 못할 뻔했다”는 재미난 대목도 그려 놓았다.

물론 난중일기에서 이순신의 리더십을 빼놓을 수는 없다. 특히 영화 속 장면처럼 명량해전을 그린 대목에서는 내유외강의 리더십을 확인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장수로서의 충이 백성을 향해야 한다는 영화 속 대사로 ‘통합의 리더십’을 이야기하지만 이순신의 리더십은 누가 뭐래도 ‘구국의 리더십’이 아닐까 싶다. 안팎으로 어지러운 대한민국에서 영화 ‘명량’이 인기몰이를 하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니겠는가.

김정곤 정치부장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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