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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언의 길 위의 이야기] 병영의 야만

입력
2014.08.0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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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 내 폭력으로 사병이 사망한 사건 때문에 여론이 뜨겁다. 나는 1992년 3월 현역으로 전방부대에 입대했다. 노태우가 대통령일 때였다. 군인 출신이 대통령일 때였으니, 그 시절의 병영문화란 건 야만과 다름없었다. 아니 야만이 야만인 줄도 몰랐던 시절이다(이전 선배들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나도 어지간히 폭력을 경험했는데, 기억에 남는 기합이 ‘깍지를 낀 손으로 엎드려 뻗친 상태로 앞으로 전진하는 것’이다. 그것은 부드러운 풀밭이나 모래밭이 아닌 시멘트바닥이나 자갈밭에서 행해졌다. 깍지를 끼고 엎드려뻗쳐를 하고, 깍지 낀 두 손을 바닥에 지그재그로 마찰시키면서 앞으로 나가는 것이다. 그러면 손가락의 돌출한 마디가 다 까진다. 그 까진 손마디의 피를 닦는 시간이 왔을 때 들었던 모욕감과 분노, 그리고 그것들과 교차하는, 아 오늘도 무사히 치러냈구나, 라고 느낀 무기력한 안도감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우리는 그 기합을 매달 한 번씩은 받았던 것 같다.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느냐면 군대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대해서, 경험자이자 목격자인 남자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군대에서 겪은 폭력을 여기저기에 미주알고주알 말하는 것은 남자답지 못한, 비겁한 내부고발이라는 인식이 남자들 사이에 만연해 있는 것이 사실이니까 말이다. 그것이 여전히 군대문화의 야만이 척결되지 않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고 이제 와서 나는 생각하는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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