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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 1명당 10.7회...산전초음파 과잉 검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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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 1명당 10.7회...산전초음파 과잉 검사 논란

입력
2014.08.08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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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검사비용 1조 5000억원

심평원, 환자부담 가중 문제 제기

태아ㆍ산모 건강하면 5,6회 적절

고령ㆍ시험관 임신으로 검사 늘어나

"초음파 검사 100% 정확하진 않아, 지속적 관찰로 안전한 분만 목적"

우리나라 임신부들은 산전 진찰기간 1인당 초음파검사를 평균 10.7회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태아와 산모가 이상이 없으면 5, 6회 검사로도 충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지멘스 제공
우리나라 임신부들은 산전 진찰기간 1인당 초음파검사를 평균 10.7회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태아와 산모가 이상이 없으면 5, 6회 검사로도 충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지멘스 제공

임신부에게 꼭 필요한 산전초음파검사가 최근 도마에 올랐다. 지난달 2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가 보건행정학회지에 ‘주요국의 초음파검사 시행현황과 질 확보방안’보고서를 발표한 것이 발단이 됐다. 보고서는 ‘초음파검사 진료지침 설정 측면에서 현재 관행적으로 수행되는 초음파검사의 적용범위와 횟수 등이 임상적 필요성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검토돼야 한다’며 대표적인 예로 산전초음파검사를 꼽았다.

임신부 1인당 10.7회 검사, 1조5,000억 지출

보고서는 ‘대한산부인과학회에서 출산 전 진찰기간 동안 초음파검사는 5회가 적당하다고 권고했지만 2007년 출산관련 의료이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임신부는 산전 진찰기간 1인당 초음파검사를 평균 10.7회를 받았다’며 검사횟수에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초음파검사에 들어간 비용은 1조5,163억원. 산전초음파검사가 환자들의 비용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임신부에게 적정한 산전초음파검사 횟수는 얼마일까. 손가현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병원에 따라 다르지만 임신부와 태아에 문제가 없다면 임신 초기, 12주, 20주, 28주, 30주, 분만 직전 등 5,6회 정도가 적정하다”고 말했다. 이산희 국민건강보험일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현실적으로 7~8회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며 “양수 변화, 태아 건강상태에 따라 초음파검사를 늘릴 수 있다”고 했다. 이귀세라 성빈센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태아와 임신부 상태에 따라 초음파검사 횟수가 정해진다”며 “20대 산모라도 문제가 있으면 초음파검사를 자주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여성의 적극적인 사회진출로 과거에 비해 35세 이상 고령산모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임신부 연령과 산전초음파검사 간 상관관계가 있을까. 손가현 교수는 “임신부 연령이 35세 이상고령산모의 경우 당뇨병, 고혈압, 갑상선질환 등 위험요소가 많다”며 “20대 임신부보다 다운증후군 등 정신지체나 발달장애가 있는 태아를 가질 확률이 높아 초음파검사 횟수가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또 “산모가 당뇨병이 있거나 태아가 너무 작으면 주치의 판단에 따라 1주일에 2회 정도 초음파검사를 실시할 수 있다”며 “20대 산모의 경우 태아와 산모 건강상태가 양호하면 출산 전까지 5,6회 초음파검사를 받아도 괜찮다”고 말했다.

이산희 교수는 “최근 결혼 연령이 늦춰지면서 고령산모는 물론 임신이 잘 되지 않아 시험관아이를 통해 임신을 하는 산모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 경우 태아의 건강상태를 훨씬 세밀히 관찰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산모에 비해 초음파검사를 받는 횟수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교수는 “고령산모라 할지라도 태아와 산모가 문제가 없다면 초음파검사를 많이 할 필요는 없다”고 부연했다.

산모 체중도 초음파검사에 영향을 미쳤다. 이귀세라 교수는 “산모가 비만일 경우 복부 두께 때문에 영상 질이 떨어져 태아 상태를 관찰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인체에 무해하고 다른 영상검사에 비해 비용이 저렴해 다양한 진료과에서 초음파검사를 널리 활용하고 있지만 검사결과에 가장 민감한 진료과가 바로 산부인과다. 임신 중 태아를 관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초음파검사 밖에 없기 때문.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초음파검사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장비사용 기간과 검사자 및 판독자 역량 등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 심평원 심사평가연구소가 보고서에서 ‘초음파 검사는 건강보험 제도권 밖에 있어 현재 초음파검사의 질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장비나 인력수준을 관리하는 담당기관조차 없다’고 문제를 제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산전초음파 정확도 60~70%

산전초음파검사의 정확도는 얼마나 될까.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통상적으로 정확도가 60~70%”라고 설명한다. 손가현 교수는 “임상 경험이 풍부한 전문의가 초음파검사를 실시할 때 60~70%정도 정확하다”며 “기계 성능도 정확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이산희 교수는 “평균적으로 60~70% 정확도를 갖는데 초음파 장비 성능이 좋아지고 있고 초음파를 전문으로 하는 전문의도 늘고 있어 개선됐을 것”이라고 했다. 이규세라 교수는 “태아 위치, 움직임, 양수양, 임신부의 신체조건, 기계성능, 검사자 숙련도 등에 따라 검사 정확성이 달라질 수 있다”며 “태아 움직임이 너무 활발하면 판독하기가 어렵고 양수가 적어도 태아상태를 확인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산모와 태아상태 등 다양한 원인으로 100% 검사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보니 초음파검사와 관련 끊임없이 환자와 병원 간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의료소비자연대 관계자는 “임신 관련 상담 중 출산 전 초음파검사를 받았을 때 태아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는데 기형아로 태어났다는 상담이 가장 많았다”며 “하지만 의료소송을 해도 의사나 병원에 책임소재를 밝히기 어려워 약간의 정신적 위자료를 지급하는데 그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산희 교수는 “초음파검사가 100% 정확하진 않다”며 “산모와 태아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해 태아를 건강하게 출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손가현 교수는 “산모 뱃속에 있는 태아가 건강상 중대한 문제가 있는지 확인해 분만 시 태아가 안전하게 태어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검사”라며 “초음파검사는 이상이 없는 태아를 보기 위한 검사가 아니라 태아와 산모의 안전을 지속적으로 관찰해 건강한 아이를 출산토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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