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ㆍ호주ㆍ말레이 등 수출 급증
정유업계가 중국 수출물량 급감으로 인한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신흥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7일 석유공사와 업계에 따르면 2011년 9,191만 배럴에 달했던 중국 수출물량은 해마다 감소해 지난해에는 7,641만 배럴에 머물러 2년 만에 17%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3,159만 배럴 수출에 그쳐 감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물량만 줄어든 것이 아니라 석유제품 수출지역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도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중국 수출비중은 2000년대 후반까지 20~30%를 유지해 국내업체들은 물량 조달 차원에서 앞다퉈 고도화 설비투자에 나섰다. 그러나 중국이 자체 설비증설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수출물량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중국이 증설한 정제설비 규모만 따져도 우리나라 전체 설비규모의 1.5배에 달한다.
정유업계가 그 동안 큰 비중을 두지 않았던 신흥시장에 눈을 돌리게 된 배경도 중국시장 위축과 무관하지 않다. 일부 업체를 제외하면 국내 정유회사들의 수출비중은 60~65%에 달해 수출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2011년 중국 수출비중이 30%에 달했던 에쓰오일도 올해 상반기 20%로 감소하자 수출지역 다변화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더구나 알뜰주유소의 등장 등 가격인하 압력으로 내수시장에서도 큰 기대를 하기 힘든 상황이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은 장기간 보관이 힘들어 수출을 하지 않으면 재고 부담이 매우 크다”며 “신흥시장 개척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고 전했다.
시장개척 노력의 결과 필리핀과 호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에서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필리핀은 2011년 수출물량이 980만 배럴에 그쳤지만 지난해 1,515만 배럴로 증가했으며, 올해는 2,000만 배럴 돌파가 확실시된다. 필리핀의 경제성장률은 6%대를 유지하고 있어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SK에너지 측은 “필리핀이 중국만큼 물량은 크지 않지만 다품종 소량생산을 요구하는 있어 유휴탱크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주의 경우 정제설비 노후화로 일부 공장이 폐쇄되자 국내 업체들의 수출물량이 크게 늘었다. 실제로 지난해 수출물량은 2년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해 중국과 일본, 싱가포르에 이어 4대 수출국으로 떠올랐다. 석유제품 수출 불모지나 다름없던 말레이시아의 수출물량도 국내업체들의 적극적인 공략으로 5년 만에 24배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업체 경쟁에 뛰어든 상황에서 중국 중심의 수출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하기 힘들어 수출시장 다각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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