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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는 여전히 "주민번호 눌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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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는 여전히 "주민번호 눌러 주세요"

입력
2014.08.0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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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카드사는 주민번호 대신 카드번호와 비밀번호 추가 요구

은행ㆍ증권사도 식별번호 입력해야

금융실명ㆍ전자금융거래법 등 예외 조항 법안 20여개 통과

금융권 "적용 기준 애매모호"

7일부터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 시행에 따라 주민번호 수집이 금지된 가운데 서울 필동 주민센터에 주민번호를 대체할 수단으로 도입되는 '마이핀' 서비스에 대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마이핀'은 인터넷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본인확인 수단으로 개인정보를 포함하지 않은 13자리 번호로 이뤄진다. 연합뉴스
7일부터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 시행에 따라 주민번호 수집이 금지된 가운데 서울 필동 주민센터에 주민번호를 대체할 수단으로 도입되는 '마이핀' 서비스에 대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마이핀'은 인터넷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본인확인 수단으로 개인정보를 포함하지 않은 13자리 번호로 이뤄진다. 연합뉴스

“2014년 8월 7일부터 안전행정부 개인정보보호법개정에 따라 주민등록번호 입력이 제한됩니다. 현재 카드번호 입력이 불가하신 경우, 정확한 금융거래 확인을 위해 주민등록번호 입력에 동의하시면 주민등록번호를 눌러 주십시오.”

주민등록번호 수집 및 활용을 하지 못하도록 개정된 안전행정부의 개인정보보호법 시행 첫날인 7일. 단순 상담 시에도 시시콜콜 개인정보를 요구하던 금융사의 관행은 과연 어떻게 바뀌었을까.

A카드사 고객센터 자동응답시스템(ARS) 번호로 전화를 걸자 요란한 서비스 변경 안내 멘트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주민등록번호 입력에 동의하시면”이라는 단서가 추가됐을 뿐 고객들의 주민번호를 요구하는 것은 여전했다. 주민번호를 누르지 않고 기다리자 전 단계로 돌아가는 방법 안내만 이어졌다.

주민번호 수집이 원천적으로 금지된다던 정부의 떠들썩한 예고에도 불구하고 이날 금융권은 큰 변화를 찾기 어려웠다. 카드사의 경우 상담 내용에 관계 없이 개인회원이라는 사실을 인증하는 ARS 첫 단계부터 주민번호를 입력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B카드사는 “금융거래 상담을 위해 주민번호 또는 카드번호를 누르라”는 설명 후 주민번호 대신 카드번호를 누르자 비밀번호 네 자리를 추가로 요구했다. C카드사 역시 개인회원임을 인증하기 위해 카드번호 또는 주민번호를 눌러야 했고, 주민번호를 눌러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 “정보 보안을 위해 카드 비밀번호 네 자리를 누르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신용카드 고유식별번호인 CVC번호 세 자리를 필요로 하는 경우도 있었다. A카드사의 카드번호를 눌러 개인회원임을 인증한 후 이용한도를 조회하기 위해서는 CVC번호를 추가로 눌러야 했다. 다행히 은행ㆍ보험ㆍ증권 등은 ARS 초기 단계에서는 많은 개인정보를 요구하지 않았다. 은행권은 주민등록번호 앞자리를, 증권사는 계좌번호를 식별번호로 주로 쓰고 있었다.

사실 금융사의 개인정보야말로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사안이지만 금융사들은 이 같은 개인정보 요구 관행을 오히려 “비대면 거래 상담 시 본인 확인 절차를 철저히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특히 CVC번호에 대해서는 “확실한 개인정보 보안을 위해 본인만 아는 정보를 한 가지 더 요청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지나친 정보 요구이자 결국 금융사의 편의를 위한 절차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본인 인증을 위해 생년월일 정도가 아닌 주민등록번호 전체를 요구하는 것은 결국 업무 편의와 효율성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주민번호 요구를 금지하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시행에도 불구하고 금융사들이 버젓이 주민번호를 요구할 수 있는 건 금융실명거래법, 전자금융거래법 등에 금융거래를 위해 필수적인 경우 주민번호를 처리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을 두고 있기 때문. 한 발 더 나아가 6일 정부가 금융사의 주민번호 수집과 활용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금융관련 법 개정안을 무더기로 통과시키면서 금융권은 사실상 주민번호 요구 금지로부터 자유로워졌다는 평가다. 이날 예외적으로 주민번호 수집과 활용을 허용하는 내용으로 통과된 법안은 은행법, 자본시장법, 여신전문금융업법, 보험업법 등 20여개에 달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솔직히 예외조항이 많으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이기 때문에 빠져나갈 구멍은 충분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오히려 카드업계를 중심으로 금융사들은 오히려 어떤 경우에 주민번호 요구가 허용되고 어떤 경우에 안 되는지에 대한 당국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혼란스럽다는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금융사들은 여신금융협회 등 업권별로 의견을 수렴한 뒤 금융당국에 유권해석을 의뢰할 계획이다. 당국이 유권해석을 내릴 때까지는 각 사가 자체 기준을 정해 운영할 예정이기 때문에 당장 금융사별로 중구난방인 개인정보 취급 기준도 그대로 유지될 수밖에 없다. 실제 이날 ARS 전화를 통해 확인한 결과 같은 카드업계 내에서도 비회원 상담 시에도 주민번호를 요구하는 경우와 비회원 상담은 별다른 인증 절차 없이 상담사와 바로 연결되게 하는 경우로 나뉘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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