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세 조항 되레 6개 신설도 경기부양 편중 재정적자 심화 우려
올해 세법 개정안에서 일몰이 종료되는 비과세ㆍ감면 항목 중 90% 가량이 다시 연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이번에 또다시 무더기로 1~3년 한시적인 일몰 조항이 생겨났다. 비과세ㆍ감면 조항을 대폭 정리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은 이번에도 또 물거품이 됐고,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재정지원계획이 담긴 ‘공약가계부’ 역시 구멍이 숭숭 뚫릴 위기에 놓였다.
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가 6일 발표한 2014 세법개정안을 통해 올해 일몰이 종료되는 비과세ㆍ감면 항목은 6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초 일몰 예정이던 53개 항목 가운데 무려 47개(89%)가 다시 연장이 된 것이다.
특히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1조8,460억원), 신용카드 등 사용금액에 대한 소득공제(1조3,765억원) 등 금액 기준 상위 10개 항목(총 7조6,813억원)들은 예외 없이 모두 연장됐다. 기재부의 ‘2014년도 조세지출예산서’에 따르면, 현행 조세특례제도의 적용을 받는 230개 항목(감면규모 33조2,000억원) 가운데 올해 일몰 조항이 차지하는 비중은 23.4%로 가장 높았다.
더구나 없어진 일몰 조항보다, 신설된 조항이 더 많다. ‘직원 임금 인상 시 상승분에 대한 세액공제’,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 허용’, ‘경력단절여성 재고용 중소기업에 대한 세액공제’ 등 이전에는 없던 항목이 6개나 된다. 여기에 ‘체크카드 소득공제 확대’처럼 관련 규정이 있지만, 새롭게 혜택이 만들어진 조항까지 포함하면 훨씬 늘어난다.
가뜩이나 최경환 경제팀 출범과 동시에 적어도 내년까지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펴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일몰 규정 정비에도 실패하면서 공약가계부 상 목표했던 세입 달성은 불가능해졌고, 재정 건전성에도 빨간 불이 켜지게 됐다. 공약가계부는 정부가 지난해 5월 박근혜 대통령 재임기간 140대 국정과제를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돈과 마련해야 할 돈을 대차대조표로 정리한 장부로 오는 2017년까지 134조8,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었다. 재원은 ▦비과세감면 정비와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한 세입확충(50조7,000억원)과 ▦세출절감(84조1,000억원)을 통해 마련하기로 했는데, 이 중 비과세ㆍ감면을 통해 마련하기로 한 규모는 18조원이었다.
더구나 이번에 이번에 일몰이 연장된 항목 대부분 기간이 3년으로 현 정부가 끝나는 시점과 일치한다. 현 정부 내에서 일몰 정비를 통한 세입 확충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정부마다 비과세ㆍ감면 정비를 약속하지만 번번이 지켜지지 않는 건 경제활성화, 서민지원 등의 갖은 요구와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하기 때문.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이번 조치로 ‘정책 실천을 위한 재원을 충실히 마련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말이 거짓이 돼 버렸다”며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깨진 것은 물론, 향후 재정 적자문제가 심화될 우려도 높아졌다”라고 말했다.
세종=김현수 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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