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크 형제' 공화당 일방 지원
'카지노 황제' 애덜슨 보수 성향
미국 부자들이 지지하는 정치인, 정당과 함께 부자들의 정치 성향이 공개됐다.
워싱턴포스트는 6일 세계 최고 부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등 미국 10대 부자들이 정치자금을 제공한 정당과 정치인을 소개했다. 자선단체에는 거액을 기부하는 억만장자들이지만 정치권에서 이들은 조막손에 불과했다. 카지노 재벌 샐던 애덜슨을 제외하면 슈퍼리치들이 정치인이나 정치권에 기부한 돈의 액수는 많아야 수만 달러에 그쳤다.
기부를 통해 나타난 부자들의 성향은 역시 보수적인 공화당 지지가 압도적이었다. 미국 50개주 가운데 34개주의 최고 부자들이 공화당 정치인을 후원했다. 미셸 바크먼 공화당 하원의원이 “억만장자들은 급진 좌파여서 공화당을 지원하는 이는 한두 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빌 게이츠(재산 760억달러)는 올해 민주당과 공화당 의회선거위원회에 1만5,000달러를 기부했다. 민주당원인 그가 공화당에까지 기부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지금까지 그는 민주당을 전적으로 지원했고 2012년 대선 때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5,000달러, 민주당 전국위원회에 1만2,900달러를 냈다. 2009년 오바마 취임식 때도 5만달러를 쾌척했다. 역시 민주당원인 버핏(582억달러)은 오바마의 오랜 후원자를 자처해 지난 4년 간 매년 3만달러를 민주당전국위원회에 제공했다. 버핏은 종종 자신의 인기를 이용해 민주당의 정책을 공개 옹호하기도 한다.
오라클 공동 창업자 로렌스 엘리슨(480억달러)은 민주당과 공화당을 가리지 않고 정치자금을 건넸다. 그러나 2012년 밋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를 지원하는 정치활동위원회(PAC)에 300만달러를 내고,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과 미치 매코넬 상원 원내대표를 지원하는 등 공화당 성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코크 형제‘로 불리는 코크인더스트리 공동 소유주인 찰스 코크(400억달러)와 데이비드 코크(400억달러)는 뼛속까지 공화당원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수백만달러를 자신들이 세운 비영리 단체 ‘번영을 위한 미국’에 쏟아 부어 지구온난화 관련 정책에 반대하는 등 돈으로 보수 논리를 전파하고 있다. 코크형제는 자신들의 생각과 일치하는 공화당 정치인들을 당선시키거나, 반대하는 정치인을 낙선시키기 위해 거액을 투입한다.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황제 샐던 애덜슨(375억달러) 샌즈그룹 회장은 유대인으로, 보수성향이 강한 공화당원이다. 2011년 공화당 대선 경선 때 자신의 이념과 맞는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에게 1,500만달러를 베팅했고, 이듬해 대선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낙선을 위해 모두 1억달러를 뿌렸다. 월마트 창업자의 후손인 크리스트 월튼(367억달러) 엘리스 월튼(350억달러) 짐 월튼(347억달러)은 당의 구분 없이 정치인을 골라 후원한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코리 부커 민주당 상원의원 측도 이들의 지원을 받았다. 허시와 함께 세계 사탕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마스 캔디의 상속녀 재클린 마스(210억달러)는 공화당 지지자로 2012년 공화당 전국위원회에 2만3,500달러를 냈고, 롬니 후보를 후원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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