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동맹국들에게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이 보유한 지뢰방호차량(MRAP)을 공짜로 가져가라는 제안을 했다. 2016년 철군을 앞두고 대당 30만~40만달러에 달하는 MRAP 수백 대를 처리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제안에 호응한 국가는 162대를 요청한 크로아티아가 유일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5일 전했다. 미 국방부는 연말까지 추가로 공짜제안을 한 뒤 그래도 인수를 희망하는 곳이 없으면 수백대의 MRAP를 폐기시킬 예정이다. 테러와 전쟁에서 병사 안전을 지켜준 필수품이던 MRAP의 인기가 이처럼 떨어진 것은 과잉공급에다 이제는 불필요해진 때문이다.
미군은 전쟁 초기 급조폭발물(IED)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한때 전사자의 60%가 이 폭발물에 희생됐다. IED 공격을 막기 위해 2007년 개발된 장갑차 MRAP는 이후 이라크와 아프간 주둔 미군에 대거 보급됐다. 그러나 2011년 이라크 철군 때도 미군은 MRAP 처리로 곤욕을 치렀다. 미 본토에 충분히 공급돼 있어 쓰임새가 없어진 MRAP에 높은 관리ㆍ회수비용을 들여야 했다.
당시 미군은 대안으로 동맹국 판매나 해외 미군 주둔지 파견을 결정, 주한미군에도 일부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프간의 경우 WRAP가 1만대가 넘는데다 이미 동맹국의 보유도 포화상태여서 공짜 제안조차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아프간 정부에 넘겨주는 방안도 있지만 미군은 아프간이 이 첨단 차량을 유지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미군이 아프간 철수를 위해 폐기하는 장비들의 당초 획득비용은 수십억 달러라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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