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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러 제재 국가에 무역 보복 신냉전 글로벌 경제전쟁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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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러 제재 국가에 무역 보복 신냉전 글로벌 경제전쟁 조짐

입력
2014.08.07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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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등 1년간 수입 금지 조치, 美·EU에 경제적 반격 개시

中은 산업스파이 공방 보복으로 애플 제품들 조달 품목서 제외

미국이 올해 5월 해킹으로 미국 기업들의 기밀자료를 빼낸 혐의로 중국군 장교 5명을 처음으로 기소한 날 언론 배포용 자료가 법무부 내 책상 위에 올려져 있다. 한국일보자료사진
미국이 올해 5월 해킹으로 미국 기업들의 기밀자료를 빼낸 혐의로 중국군 장교 5명을 처음으로 기소한 날 언론 배포용 자료가 법무부 내 책상 위에 올려져 있다. 한국일보자료사진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서방국가 대 러시아의 이른바 ‘신 냉전(冷戰)’ 이 산업계로 확산 되고 있다. 여기에 과거 냉전시대 ‘소련 진영’에 속했던 중국도 미국 상품 제재에 나서며 국제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미국 진영’에서 냉전을 경험한 우리에게도 자칫 불똥이 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 14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러시아 개인ㆍ법인에 경제 제재를 가했거나 동참한 국가가 생산한 농산품ㆍ원료ㆍ식품 수입을 1년 동안 금지ㆍ제한한다’는 게 골자인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이는 지난달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금융 제재, 무기 수출 금지, 군수물자 전용 가능 품목 수출입 제한 등 러시아에 가한 경제적인 공격에 대한 공식 반격이다. 푸틴 대통령은 하루 전에도 “정치적 수단으로 경제를 압박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내각에 서방의 경제 제재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지시했다.

러시아 대통령령에 따라 1년간 수입이 금지되는 품목은 미국산 농산물 전량과 일부 축산물, EU의 채소ㆍ과일류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지난해 약 13억달러(1조3,425억원), EU는 약 158억달러(16조3,166억원) 상당의 농산물을 러시아에 수출했다. 미국보다 러시아 시장 의존도가 높은 EU 회원국들은 이번 조치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신냉전 시대 도래와 함께 빚어진 파열음은 세계 양대 산맥인 미국과 중국 정보기술(IT) 업계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같은 날 블룸버그 및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지난달 정부 조달품목 목록에서 아이패드와 아이패드 미니, 맥북에어, 맥북 등 애플 제품 10개를 제외시켰다. 여기엔 미국 바이러스 전문 백신업체인 시만텍 제품도 포함됐다.

표면상 이유는 국가 안보이지만 중국 당국의 이번 조치를 신냉전 시대 패권 다툼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난해 6월 전 미 국가안보국(NSA) 소속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세계 각국 정부와 민간인까지 불법 도감청을 진행했다고 폭로하면서 촉발된 한랭전선 기류의 연장선이란 분석이다.

앞서 지난 5월 미 법무부가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장교 5명을 산업스파이 혐의로 기소하자, 중국 관영방송 CCTV는 한달 뒤 아이폰의 위치추적 기능으로 인해 자국 내 기밀이 유출될 가능성을 심도 있게 보도했다. 여기에 중국 당국은 정부 기관들에 마이크로소프트(MS)의 최신 윈도운영체제(OS) 사용금지 방침을 내린 데 이어 지난 달 중국 내 MS 본사 4곳을 반독점 혐의로 압수수색까지 했다.

신냉전에서 비롯된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들 몫이다. 전체 매출 가운데 약 15% 가량을 중국에서 가져오는 애플의 경우 당장 하반기부터 손실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중국 시장에서 구 버전인 ‘윈도 XP’ 대신 ‘윈도8’ 등 새 OS를 보급하려고 했던 MS 계획 또한 차질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전문가들은 현 강대국들의 관계가 과거 냉전시대처럼 전면적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고 있다. 다만 우리는 지정학적으로 미국, 중국, 러시아 사이에 낀 데다 경제적으로도 긴밀한 관계에 있어 이들의 갈등이 격화할수록 직ㆍ간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양희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는 “강대국들 역시 경제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돼 서로의 경제를 끝장 낼 정도의 조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우리 정부는 정치와 경제를 분리한다는 원칙을 명확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명진호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우리는 대 러시아 경제 제재에 참여하지 않아 당장 영향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다만 과거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에 참여했을 때처럼 직접 참여한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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