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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론 들끓는 '진짜 사나이'...민낯 보여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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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론 들끓는 '진짜 사나이'...민낯 보여야 산다

입력
2014.08.07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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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훈한 군생활 다뤄 인기 끌었지만 잇단 군 사고에 "속았다" 비난 많아

윤일병 사건에도 MBC 시청률 홍보

원래 기획의도 살려 진짜 군대 보여야

GOP 총기난사 사건의 기억이 가시기도 전에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의 사망 사건이 일어나 충격을 주고 있다. 언론을 통해 드러난 군대 내 폭력과 가혹행위는 그간 군대문화가 얼마나 폐쇄적이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면서 불똥이 튄 TV 프로그램이 MBC 주말 예능 ‘일밤’의 ‘진짜 사나이’다. 선임병과 후임병의 따뜻한 우정, 혹독한 훈련으로 깊어진 전우애, 끈끈한 동기 사랑 등 ‘진짜 사나이’ 속의 군대문화는 그야말로 훈훈하기만 하다. 지난 1년 여간 휴머니즘을 강조하며 웃기고 울린 ‘진짜 사나이’였기에, 시청자들은 최근 군에서 일어난 사건과 이 프로그램을 비교하며 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 출연자들의 밝은 웃음 뒤에 실제 군대문화가 감춰져 있다며 분노하는 시청자 또한 적지 않다. 일부에서는 ‘국방부 홍보물’이라고 꼬집는다.

7일 ‘진짜 사나이’의 시청자게시판은 “처음부터 국방부 홍보 프로그램이었다. 제발 폐지해달라” “TV를 보며 웃고 즐길 때 부대 내에서는 폭행이나 고문 등 온갖 악행이 이뤄지는데...자책감이 들뿐이다” “리얼리티 프로라면 어느 정도 현실성이 있어야 했다” “윤일병, 임병장 사건을 보면 ‘진짜 사나이’는 ‘가짜 사나이’였다” 등 폐지를 주장하는 글로 도배돼 있었다. 한 포털 사이트에서는 '진짜 사나이'를 폐지하자는 청원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고 MBC가 무턱대고 '진짜 사나이'의 폐지를 검토하는 건 아니다. MBC는 윤 일병 사건이 알려진 이후인 4일 ‘진짜 사나이’가 지상파 3사 방송 중 가장 높은 시청률(16.3%)로, 올 들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자화자찬 보도자료를 발표하고 자체 홍보 게시판에 그 내용을 게재했다. 시청률을 놓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진짜 사나이’의 폐지론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진짜 사나이’가 폐쇄적이던 군대를 공개함으로써 군인과 일반인 사이에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진짜 사나이’의 초기 시청률에는 20, 30대 여성 시청자들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남자의 비밀 공간이었던 군대를 개방하면서 여자가 군인과 군대문화를 이해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시청자도 알고 있다. '진짜 사나이'가 순도 100%의 '진짜'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을. 물론 촬영을 위해 군인을 선발하고 내무반을 다시 꾸리는 것을 시청자가 이해는 한다. 그러면서도 내무반 생활, 그곳의 군인들이 보여주는 위계질서에 의구심을 나타낸다. 출연자 헨리의 돌발 행동을 보며 그저 웃어 넘길 수 있는 군인이 몇이나 될까. “군필자에게는 추억과 향수를, 미필자에게는 달라진 군대의 모습을 통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는 기획의도가 무색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진짜 사나이’는 임 병장 사건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뒤 “더 신중하게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던 차에 다시 윤 일병 사건이 터지고 폐지론이 제기되자 MBC도 난감해 하고 있다. 방송 폐지나 휴지기가 없다면 적어도 신중하게 편집한 방송 내용과 기획의도를 보여줘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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