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 Listening and Speaking
dinner와 diner는 의미도 다르고 발음도 다르다. 둘 다 dine=eat이라는 기본 단어에서 연유한 것이지만 diner는 값싼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저렴한 식당이고 dinner는 오후 늦게 먹는 식사라는 뜻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관심을 끄는 것은 dinner의 올바른 발음이 ‘딘너’가 아니라 ‘디너’라는 사실이다. 복자음이 올 때의 발음법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영어에서 가장 중요한 발음은 단연 모음이다. 그러나 자음에서도 최소한 틀리지 말아야 할 것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이중자음의 발음이다. dinner의 발음에서 자음이 연속돼 복자음을 형성할 때 하나는 생략하고 발성해야 하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그런데도 한국인 대부분은 summer를 ‘썸머’라고 발음한다. 그렇다면 dinner도 ‘딘너’라고 해야 한단 말인가. 중세기 영어에는 불필요한 이중삼중 자음이 많았는데 지금 그런 식의 이중자음이 퇴조한 것은 발음의 편리성과 무관치 않다. 본래 중세기 영어에서는 son과 sun을 구분하기 위해 전자는 sune으로 표기하고 후자는 sunne로 표기했다고 한다. 장음이나 복자음이 오면 그 앞 모음을 짧게 발성하고 자음이 하나면 길게 발성하던 시절이었다. 즉 복자음은 그 앞 모음을 짧게 발성하기 위해 마련한 장치였다. bitter vs. biter의 예를 보면 전자는 짧고 간명하게 ‘비러’라고 발음하고 후자는 ‘바이터’로 다소 길게 발음한다. 이를 한국식 발음으로 한다면 ‘빝터’가 되고 이중자음은 훨씬 더 강하고 단호하게 발성돼 실제 의도된 ‘짧고 간명하게 발성하기 위한 복자음’의 의도와 어긋나게 된다.
어느 온열 기구의 상표명 Rinnai를 원어민은 ‘리나이’라고, 한국인은 ‘린나이’라고 하는데 이는 summer를 ‘썸머’냐 ‘써머’냐로 혼동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복자음이나 겹자음뿐 아니라 유사한 조음소를 갖는 자음도 이러한 원칙을 적용받는다. sit down에서 t와 d의 연속은 유사 발음의 반복으로 보고 ‘앁다운’이 아니라 ‘씨다운’으로 발성하며 black gown에서 k와 g의 연속도 ‘블랰 가운’이 아니라 ‘블래 가운’처럼 발음된다. ‘Is she in’에서 s와 sh음도 모두 복자음으로 간주하여 ‘이즈 쉬 인’보다는 ‘이쉬 인’처럼 발음한다. 일본인이나 중국인도 영어의 복자음(consonant blends) 발성에 서툰데 영어 원음을 제대로 발성하려면 그 앞 모음은 짧고 간명하게 복자음은 하나만 발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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