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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동수도원 현관문ㆍ황사영 밀서...한국 천주교의 역사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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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동수도원 현관문ㆍ황사영 밀서...한국 천주교의 역사를 만든다

입력
2014.08.07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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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방한 맞춰 서울역사박물관서

특별전시회 '동소문ㆍ서소문 별곡'

흰 비단(62×38㎝)에 한자로 깨알같이 써 내려간 황사영백서. 바티칸민속박물관 소장
흰 비단(62×38㎝)에 한자로 깨알같이 써 내려간 황사영백서. 바티칸민속박물관 소장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기념해 서울의 동소문과 서소문 지역을 중심으로 한국 천주교의 초기 역사를 돌아보는 특별전시 ‘동소문ㆍ서소문 별곡’이 7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개막했다.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 하려던 전시를 교황 방한에 맞춰 앞당겼다.

서소문은 한국 천주교의 순교 성지다. 천주교가 박해받던 시기에 단일 장소로는 가장 많은 순교자가 처형된 곳이다. 한국 천주교가 배출한 성인 103위 중 정하상, 유진길 등 44위가 서소문 밖 사형장에서 순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시복식에서 복자로 올리는 124위 중 27위도 여기서 순교했다.

동소문 백동(지금의 혜화동) 일대는 한국 천주교회 최초의 남자 수도원인 베네딕도회 백동수도원(1909~1927)이 있던 곳이다. 혜화동을 떠난 백동수도원은 함경도 덕원수도원과 북간도 연길수도원으로 이전 운영되다가 해방 후 공산당에 의해 폐쇄된 뒤 두 수도원의 생존자들이 왜관수도원을 세워 오늘에 이른다.

서울역사박물관과 천주교 서울대교구, 성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독일 뮌헨의 성 베네딕도회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이 공동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동소문별곡과 서소문별곡, 두 개의 전시를 나란히 펼친다. 한국 천주교회의 초기 역사가 담긴 유물 400여점을 한자리에 모으고 이를 주제로 미술 작가들이 창작한 그림과 조각, 영상, 스테인드글라스 등을 더했다.

서소문별곡은 서소문 밖을 무대로 조선 천주교의 탄생부터 박해와 순교, 신앙 자유의 획득, 순교자의 시복과 시성을 거쳐 성지로 거듭나는 과정을 보여준다. 첫 한국인 사제 김대건 신부의 유품, 천주교 신자였던 안중근 의사의 유묵, 정약용의 형으로 천주교신도회장을 지낸 정약종이 쓴 한글 교리서, 고종을 알현한 조선 8대 교구장 뮈텔 주교가 수집한 방대한 문서, 소장처인 바티칸민속박물관에서 온 황사영백서 등을 전시했다. 이중 황사영백서는 1801년 신유박해 당시 황사영이 베이징 교구를 통해 로마 교황청에 전하려고 썼다가 체포되면서 보내지 못한 밀서다. 박해의 전말을 알리며 청나라가 종주권을 행사하거나 군대를 보내서라도 조선 천주교를 보호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어 천주교 안팎에서 비판을 받지만 흰 비단에 한자로 깨알같이 써내려간 1만3,311자는 간절한 비원을 담고 있다.

동소문별곡은 백동수도원과 베네딕도수도회가 이 땅에 남긴 것을 주로 소개한다. 백동수도원은 1910년 사범학교인 숭신학교를 설립한 데 이어 이듬해 한국 최초의 기술학교인 숭공학교를 세워 교육사업을 했다. 지금의 혜화동 성당과 동성고가 백동수도원이 있던 자리다. 백동수도원 현관문, 숭공학교 학생들이 만든 명동성당 강론대 계단, 베네딕도회 선교사들이 한글과 한자 공부에 사용한 교재 등을 볼 수 있다. 전시는 10월 31일까지 한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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