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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만명 희생' 크메르루주 때늦은 단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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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만명 희생' 크메르루주 때늦은 단죄

입력
2014.08.0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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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온 체아·키우 삼판에 종신형, 장기 집권 훈 센 총리 의지 부족

추가 기소 막고 재판 질질 끌어 일부는 사망… 연말에 집단 학살 혐의 2차 재판

캄보디아 크메르루주 정권의 대학살 ‘킬링필드’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7일 프놈펜의 크메르루주 전범재판소에서 전범들의 종신형 판결 소식을 듣고 난 뒤 부둥켜 안은 채 울고 있다. 프놈펜=AP 연합뉴스
캄보디아 크메르루주 정권의 대학살 ‘킬링필드’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7일 프놈펜의 크메르루주 전범재판소에서 전범들의 종신형 판결 소식을 듣고 난 뒤 부둥켜 안은 채 울고 있다. 프놈펜=AP 연합뉴스

강제노역과 학살로 자국민 약 200만명을 숨지게 한 캄보디아 크메르루주 정권(1975~79년)의 핵심 전범 2명에게 종신형이 선고됐다.

크메르루주 전범재판소는 7일 반인륜 범죄로 기소된 누온 체아(88) 전 공산당 부서기장과 키우 삼판(83) 전 국가주석에게 주민 강제이주 등의 책임을 물어 각각 종신형을 선고했다. 앞서 전범재판소 검찰은 지난해 10월 자국민들을 숙청, 학살하고 강제 이주시킨 혐의로 피고인들에게 종신형을 구형했다. 피고들은 혐의를 부인해왔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크메르루주 전범재판소 주변에는 이날 희생자 유가족 등 시민 수백 명이 몰려 들어 판결을 지켜봤다.

폴 포트가 이끈 캄보디아 급진 공산주의 무장단체인 크메르루주는 1975년 정권 장악 후 4년간 피의 숙청을 자행했다. 노동자와 근로자들이 우선인 세상을 건설한다며 모든 지식인과 부유층을 적으로 간주해 고위직 공무원과 대학 이상 졸업자를 투옥해 고문하고 처형했다. 안경을 쓴 사람이나 손이 흰 사람까지 노동자의 적으로 간주됐으며, 자본주의에 물든 것으로 간주된 도시인들은 시골 농장으로 쫓겨났다.

그 결과 크메르루주 집권 기간 전체 국민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약 200만명이 처형되거나 굶어 죽었다. 집권 후 몇 달 만에 200만이던 프놈펜 인구가 2만5,000명까지 줄었다는 기록도 있다. 크메르루주는 반군과 그들을 지원하는 베트남에 1979년 축출됐으나 태국 인근 밀림에서 폴 포트가 죽을 때까지 20여년간 저항을 계속했다.

그러나 이들을 단죄하기 위해 2006년 설립된 크메르루주 전범재판소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열린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소 이후 가장 주목 받은 재판소”(BBC)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많은 한계를 드러냈다. 크메르루주 군 지휘관 출신으로 30년 넘게 장기집권하고 있는 훈 센 총리가 끊임없이 재판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탓이 적지 않다. 훈 센 총리는 지금까지 3명만 단죄하더라도 충분하다며 추가 기소를 추진하는 전범재판소 관계자들을 극구 저지해왔다. 기소 대상이 확대되면 자신이 이끄는 집권 캄보디아인민당 간부들마저 법정에 서는 상황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캄보디아 정부의 전범 단죄 의지가 약해 재판 자체가 파행을 겪다 보니 이 재판소는 지난해까지 국제 전범재판 사상 최대라는 2억달러(2,069억원)의 국제사회 자금이 투입됐는데도 불구하고 재정난에 허덕였다. 재판관들이 잇따라 사퇴하고 임금 체불에 항의하는 직원들의 파업 등으로 심리가 중단되는 사태가 속출했다.

생존해 있던 최고위 전범 4명을 대상으로 2011년 11월 시작된 재판 중 이엥 사리 전 외교장관이 지난해 87세로 사망했고, 렝 티리트 전 내무장관은 치매 증세로 재판에서 배제됐다. 이날 종신형을 선고 받은 2명도 80대 고령이어서 판결의 실효성에 의문이 따른다. 대학살을 주도했던 폴 포트 전 서기장은 1997년 6월 공개재판에서 반역죄를 선고 받고 가택연금 상태로 있다가 1998년 지병으로 숨져 법의 심판조차 받지 않았다.

크메르루주 정권 붕괴 35년 만에 나온 이날 판결은 강제이주 등 반인륜 범죄 혐의에만 한정한 것이다. 집단 학살 혐의에 대한 2차 판결은 올 연말에 나올 예정이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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