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체형 실리콘 의수 특허출원 성공
보장물 특허, 개원 50년 만에 최초 고체형·액상형 장점 합친 혼합형
손톱·피부색 등 섬세한 표현 자신 "차별받는 장애우에게 희망 주겠다"
“의수와 의족은 단순히 신체 보조 기구가 아닙니다. 신체의 일부이지요. 차별 없는 시선으로 장애인들을 바라볼 수 있을 때까지 연구를 계속하겠습니다.”
6일 국가보훈처 소속 중앙보훈병원(서울) 보장구센터 의수실에서 만난 김현조(50) 의수실장과 팀원들은 최근 특허(고체형 실리콘 의수 제조 방식) 출원에 성공한 신형 실리콘 의수를 제작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보훈병원이 자체 연구를 통해 보장물 관련 특허를 출원한 것은 지난 1964년 개원 이래 50년 만에 처음이다.
기존 의수들이 ▦내구성이 뛰어난 고체형 ▦성형 및 표현이 자유로운 액상형이었다면, 이번에 특허 출원한 실리콘 의수는 각각의 장점만 뽑아 낸 혼합형이다. 우선 내구성을 높여 제품수명을 2배 가량 높였다. 또 형태 변형도 적고 오랜 시간 신체에 접촉해 있어도 인체에 무해하다. 무엇보다 실리콘 외부에 손톱, 모공, 지문, 손금, 피부색 등 표현이 섬세하고 자유로워져 실제 팔과 좀 더 가깝게 제작할 수 있다. “예전에는 ‘고무손’이니 ‘고무다리’니 하며 수군거리기 일쑤였죠. 그런 시선들로 인해 장애인들은 크게 자신감을 잃게 됩니다. 의수족 제품이 신체와 조금이라도 더 가깝게 표현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한국 전쟁, 베트남전 파병, 그리고 각종 대형 사고 등을 겪으면서 손이나 발 등 신체 일부분이 손상된 절단 장애인들이 많다. 최근에는 당뇨합병증으로 인한 장애인들도 증가추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수족에 대한 국가나 민간 차원의 연구는 별로 없었다.
그러다 보니 의수족 재료와 제품 상당수를 해외에서 수입한다. 기술력도 세계 수준에는 못 미쳐 1970~80년대는 대만으로부터, 90년대 이후부터는 독일로부터 이전 받았다. 게다가 절단환자들이 필요한 품목은 신체 부위별로 약 51개에 달하는데 반해 중앙보훈병원 보장구센터가 제작 공급하는 품목은 26개 품목 뿐이다. 나머지 25개 품목은 수입에 의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점에서 50년만의 특허출원은 작지만 큰 쾌거란 평가다. 미국 등 선진국에 국제특허출원을 추진하는 한편 기술 후진국에는 관련기술 제공도 고려하고 있다. 김 실장은 "우리의 기술력이 결코 뒤쳐지지 않는다는 걸 세계에 알릴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진짜 손 같은 의수, 진짜 다리 같은 의족을 만다는 것이 목표"라며 "장애인들에게 불의의 사고로 잃어버린 신체를 되찾아주고 그럼으로써 이들에게 자신감과 희망을 조금이라도 불러 넣어준다는 자세로 기술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ㆍ사진=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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