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前 12그루 연꽃으로 시작된 10만여평 동양 최대 백련 자생지
14일부터 18번째 '무안연꽃축제' 다채로운 체험·행사로 피서객에 손짓
동양최대의 백련(白蓮) 자생지가 있는 전남 무안군 일로읍 복용리 ‘회산(回山)마을’에는 매년 8월이면 연꽃축제가 열린다. 예부터 연꽃은 선비들에게 ‘꽃의 군자’로 불렸고, 불교에서는 속세의 더러움 속에서 피어나지만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다고 해 극락을 상징하는 꽃으로 여겨진다. 마을 이름인 회산(回山)은 ‘온 세상의 기운이 돌고 돌아서 다시 이곳에 모인다’는 의미다. 회산지는 매우 희귀한‘백련’의 집단 자생지이며 멸종위기의 희귀종인 ‘가시연꽃’ 군락지역으로 학계에선 이미 유명한 곳이다.
면적 10만여평의 회산 백련지는 백련 자생지로는 동양 최대 규모다. 2001년 6월엔 기네스북에도 올랐다. 해마다 전국에서 연꽃사진 찍기 위해 몰려든 사진작가들이 앞 다퉈 카메라를 들이대는 진풍경도 쉽게 구경 할 수 있다. 연못 주변 산책로에는 백련ㆍ홍련ㆍ수련ㆍ어리연 등 각종 연꽃들과 물창포, 부래옥잠 등 50여종의 수생식물을 관찰 할 수 있는 데크가 조성돼 관광객들은 물론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각광받고 있다.
무안회산지는 지금 장엄한 백련의 바다다. 방석만한 연잎이 수면을 빼곡하게 메웠고 그 사이사이로 수박만한 하얀 연꽃이 눈부시게 빛을 내뿜는다. 스치는 바람에 너울너울 들썩이는 진초록의 연잎과 그 장단에 맞춰 덩실덩실 춤 추는 연꽃의 모습은 장관이다.
회산백련지의 역사는 의외로 길지 않다.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은 일로읍 아래 영산강 유역에 간척사업을 벌이면서 물을 공급하기 위한 저수지로 회산지를 만들었다. 750만평의 농경지에 물을 대기 위한 농업용 저수지였다. 하지만 1980년대 영산강 하구언이 생기면서 농경지의 물 공급이 원활해졌고, 회산지는 쓸모가 없는 저수지로 전락했다.
회산지가 연꽃 군락지가 된 것은 195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역 주민 정수동씨가 옮겨 심은 연뿌리 12그루가 번져나가 연꽃밭을 이뤘다. 정씨는 저수지에 백련을 심은 날 밤 하늘에서 학 12마리가 내려와 앉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정씨는 범상치 않은 꿈을 꾼 뒤 연꽃을 자식처럼 아끼고 가꿨다.
연꽃 방죽은 1990년대 들어 유명세를 탔다. 연밭을 다녀간 법정 스님이 쓴 기행기 덕이 컸다. 법정 스님은 명상 에세이 ‘새들이 떠난 숲은 적막하다’에서 ‘한여름 더위 속에 회산백련지를 찾아 왕복 2,000리를 다녀왔다. 아, 그만한 가치가 있고도 남았다. 어째서 이런 세계 제일의 연지가 알려지지 않았는지 그 까닭을 알 수 없다. 마치 정든 사람을 만나고 온 듯한 두근거림과 감회를 느꼈다’고 썼다.
백련은 꽃송이가 크고 탐스러울 뿐만 아니라 뿌리가 매우 굵다. 연잎, 연근, 열매 등 하나도 버릴게 없는 연을 주민들은 식용으로 내다 팔았다.
2008년부터 무안연꽃축제는 연(蓮)산업축제란 이름을 내걸고 행사를 벌이고 있다. 연을 이용한 다양한 산업을 키우겠다는 의지였다. 무안의 각종 연 상품은 ‘하늘백련’이란 공동 브랜드로 판매되고 있다. ‘하늘백련’ 브랜드로 백련차, 백련라면, 백련 김, 연근 소금, 연근 된장 등이 출시됐다. 한때 회산지 연근을 캐서 식용으로 내다 팔았던 주민들은 연을 이용한 상품으로 쏠쏠한 수입을 올리고 있고, 연을 이용한 다양한 상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연 재배는 2001년 농가 한곳에서 시작해 2013년에는 105 농가로 늘었다. 연 가공식품 회사도 7개 업체로 늘었고, 관련 상품도 30여 종이나 된다. 연 매출은 35억원 수준이다.
연이 각광받고 있는 것은 효능 때문이다. 연은 꽃, 잎, 대, 뿌리 등 하나도 버릴 게 없다. 연으로 차와 가루 등을 만들어 식용으로 쓰면 부작용 없이 어혈 치료에 큰 효과가 있다. 비만, 변비, 당뇨 등에도 좋다.
이달 14일부터 17일까지 회산백련지 일원에서는 ‘2014 무안연꽃축제’가 열린다. 18회째를 맞는 올해 축제의 주제는 ‘백련과 함께하는 백년의 사랑’이다.
영호남 도립 국악단 공연을 비롯해 품바, 군민 합창대회 등 공연행사와 무안농특산품 홍보·판매 등 연계행사도 볼 만하다. ‘얼음위 오래 버티기’나 얼음조각 작품 만들기, 사랑화채와 빙수 만들기 등은 한여름의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릴 수 있는 추억거리다.
10만여평의 백련지를 이리저리 보트를 타고 즐기는 백련지 보트탐사, 천연염색, 도자기 빚기, 연 모형 소품과 양파김치 만들기 등은 지나치면 아쉬운 체험거리다. 수상무대에서 진행되는 통기타 라이브공연, 백년사랑 닭살커플 선발 이벤트, 얼음조각과 백년사랑 포토존은 추억거리를 담기에 충분하다.
행사장 곳곳에는 무안백련상품 전시판매관과 농특산품 판매장, 무안별미 음식관, 원두막 아이스카페, 고향 외할머니 장터 등이 마련된다. 특히 올해는 어린이 물놀이 시설, 파도풀장 등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단위 피서객에게 인기를 끌 시설도 대거 갖췄다. 김철주 무안군수는 “관광객들이 지루해 하지 않고 행사장 전체를 관람, 체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과 동선을 구성했다”면서“일회성 행사가 아닌 4계절 국민관광지조성 등으로 지역주민들의 소득과 연계한 축제가 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회산지는 이렇게 버려진 저수지에서 불국정토의 하얀 연꽃밭으로 거듭나 다시 주민들의 소중한 소득원으로 무안의 미래를 밝혀주고 있다.
무안=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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