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마카롱 브랜드 라뒤레가 최근 피규어(모형 인형)브랜드 소니엔젤과 협업해 내놓은 한정판 피규어 제품들이 온라인에서 출시되자마자 동이 났다. 지난달 22일 신세계 강남점 라뒤레 매장에서도 판매를 시작했는데 2주 만에 모두 판매돼 지난 2일부터 소량 재판매 중이다. 소니엔젤은 머리에 다양한 변화를 주는 것을 좋아하는 남자 아이 천사 피규어. 구매 후 박스를 열어보기 전까지는 어떤 캐릭터를 샀는지 알 수 없지만 이미 마니아 층이 형성되어 있다. 5월말에는 맥도날드의 어린이 메뉴 해피밀을 먹으면 함께 주는 슈퍼마리오 장난감의 경우 1,2차분이 모두 하루 만에 품절되면서 ‘슈퍼마리오 대란’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맥도날드 측은 “1980년대 전세계적으로 인기였던 게임 캐릭터인 슈퍼마리오가 어른들의 동심을 자극하고 어릴 적 추억을 되살려 인기를 끈 것 같다”고 말했다.
지속되는 불황 속 소비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지만 유독 3040세대가 지갑을 활짝 여는 데가 있다. 바로 키덜트 시장이다.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교수는 키덜트 시장 성장에 대해“취업이 늦고, 늦게 가정을 꾸리게 되면서 젊을 때 억눌렸던 소비가 30대 이후 폭발하는 것 같다” 고 분석했다. 전 교수는 이어“기업들은 품질이 비슷해지자 소비자들에게 재미를 주고, 행복한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점을 부각시키는 상품들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이런 상품들이 소비자들에게 ‘이왕이면 이 제품을 사자’는 구매의 근거를 마련해주면서 심리적 안정감을 갖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키덜트 유행에 발맞춰 백화점들은 이들을 겨냥한 상품 판매와 매장 바꾸기에 한창이다. 또 의류 화장품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캐릭터 상품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은 이달 말까지 대만 출신 아티스트인 노투굿(No2Good)이 수퍼맨, 배트맨 등을 활용한 조각 20점과 판화 10점을 전시하고 이를 기념해 영플라자 1층에서는 피규어, 티셔츠, 열쇠고리 등을 20일까지 한정 판매한다. 핀란드 무민 캐릭터를 이용한 식기를 판매하는 이딸라, 만화 그림을 활용한 식기브랜드인 산드라 이삭슨 등도 주부들에게 인기다. 현대백화점도 지난달 말까지 키덜트를 겨냥해 글로벌 아트토이 브랜드를 한 자리에 선보인 ‘U프렌즈 페스티벌’을 열고, 캐릭터를 활용한 생활소품을 선보였다.
신세계백화점이 판매하는 ‘무아무아’에서 나오는 티셔츠는 모든 재고가 소진됐을 정도다. 이는 유명인사를 닮은 니트인형을 의류와 함께 주는 것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용산 아이파크백화점은 문화관 7층에 키덜트 전문 매장인 ‘토이&하비 테마관’을 운영 중인데 지난달 매출은 전년대비 2배 늘었다. 30대와 40대 매출이 89%에 이르며 프라모델, 무선조종카, 레고가 잘 팔린다. 옥션에서도 지난 한달 간 키덜트 용품은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40%늘었는데 특히 무선조종카의 인기가 높았다. LG생활건강의 생활용품 브랜드 메소드는 미키미니 보디용품을, 화장품 브랜드 보브는 바비 인형과 협업한 메이크업 세트를 내놓아 키덜트를 사로잡고 있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회가 각박해지고, 스트레스가 많아지면서 현대인들이 과거 향수 제품을 소비함으로써 위안을 받고 심리적 안정을 찾고 있다”며 “직장에서는 관리를 당하지만 집에서만큼은 스스로 가꾸고 관리할 수 있는 제품을 찾고 여기에 돈을 아끼지 않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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