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장하준의 못다한 이야기 "삼성특별법 제안한 이유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장하준의 못다한 이야기 "삼성특별법 제안한 이유는"

입력
2014.08.07 13:52
0 0

1일 오후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를 인터뷰(☞관련기사 보기)하는 자리에 동석했습니다. 통통한 얼굴살, 삐죽삐죽 뻗친 앞머리가 ‘나이 든 소년’을 연상케 했습니다. 사진 촬영 중 “외모도 별론데… 대충 찍어주세요”라고 말하는 털털함이 모두를 웃게 했습니다.

인터뷰가 시작되자 경제학자로서 그의 명성은 절로 빛났습니다. 기자 6명이, 영역을 가리지 않고(가요, 방송, 영화 담당 기자도 있었습니다) 쏟아내는 질문에 그는 조금의 머뭇댐도 없이 명쾌한 답변을 내놨습니다.

장 교수와의 인터뷰에서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유연한 실용주의적 관점이었습니다. 그가 2시간에 걸친 인터뷰 내내 경제이론이나 통계치를 거의 언급하지 않은 것은, 경제 사안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자리가 아니어서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현장의 역동성을 중시하며 사유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됐습니다.

지면 기사에 반영되지 않은 내용을 포함, 장 교수의 유연성을 보여주는 대목들을 옮겨봅니다.

100도씨 인터뷰 -캠브리지대학 장하준 교수. 한국일보 자료사진
100도씨 인터뷰 -캠브리지대학 장하준 교수. 한국일보 자료사진

▦삼성특별법 제안 논란에 대해 : “삼성이란 기업이 엄청나게 중요하기 때문에 그것이 잘못되면 온 나라가 휘청한단 말이에요. 완전히 백지 상태라면 저는 삼성이 너무 중요하니까 국유화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럴 수 있는 현실적 여건이 안되잖아요. 그래도 가능한 것 중에 제일 국가 이익을 위해 좋은 게 뭐냐 생각하다 보니까 그런 제안을 한 것이죠.”

▦삼성특별법은 법적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느냐는 질문에 : “(주요 대기업을)포괄적으로 다루는 법을 만들 수 있죠. 예를 들어 매출액이 국내총생산(GDP)의 몇 퍼센트 이상 되는 기업은 이런 식으로 처리한다, 이런 식으로. 미국도 금융위기 겪고 난 다음에 구조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은 따로 법으로 다른 금융규제 기준을 뒀어요.”

▦부품소재산업 육성책을 펴면 결국 대기업에 이롭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 “대기업이나 재벌이 할 수도 있죠. 그렇지만 (부품소재산업이)얼마나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업종인데요. 아무리 재벌기업이라도 그런 중소기업 300, 400개 역할을 어떻게 혼자 전부 경영하겠어요. 협력하면서 하는 걸로 생각해야죠. 정부도 그런 식으로 지원을 하고. 일본도 도요타 등이 중소기업과 협력을 많이 하잖아요.”

▦하청기업 보호를 주장하며 : “일본도 1950년대 하청업법을 굉장히 강화해서 업체를 보호하는 조치를 취했어요. 우리도 정부에서 법안으로 만들어 도와줘야죠. 예를 들어 ‘(대기업이 결제대금을)어음으로 못 준다’. 사실 그렇죠. 왜 작은 기업이 큰 기업한테 돈을 빌려줘요? 그런 법을 안 만드니까 약자는 항상 당하게 돼 있거든요.”

100도씨 인터뷰 -캠브리지대학 장하준 교수. 한국일보 자료사진
100도씨 인터뷰 -캠브리지대학 장하준 교수. 한국일보 자료사진

제안의 적절성을 둘러싼 이견은 있겠지만 장 교수의 원칙이 무엇인지는 분명히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여기, 개인의 삶이 평온하게 유지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이지요. 그렇기에 국민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정부 정책의 중요성이 크다는 겁니다. 장 교수 발언 중 많은 부분이 정부를 향한 정책적 제언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정책 입안자로 활동할 의향은 없냐는 질문에 그는 “군수공장 공장장이 무기 잘 만든다고 ‘그럼 나도 장군 해볼까’ 이러면 안 된다”고 손사래를 쳤습니다. “자기 잘하는 거 하는 게 자기한테 좋다”라면서요.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