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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A/S] 결혼 안 한 죄? 숨어 사는 동거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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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A/S] 결혼 안 한 죄? 숨어 사는 동거족

입력
2014.08.0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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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A/S는 이미 출고된 기사에 미비한 부분이 있는 경우 이를 후속 기사로 보완, 결과적으로 더 내용이 풍부하고 완성도 높은 뉴스를 독자들에게 제공하려는 취지의 서비스입니다. 일반 상품이나 서비스가 그런 것처럼 기사에도 당연히 애프터서비스가 뒤따라야 한다는 한국일보닷컴만의 신념을 반영했습니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노력하는 한국일보가 되겠습니다.

한국일보는 지난달 2일자로 신설된 연재 기획물 ‘까톡 2030’ 코너 첫 주제로 실제 동거를 해 본 젊은 남녀의 속내를 다뤘습니다. (▶ 기사 다시 보기) 20~30대 남녀 10명의 사연을 가상 인물로 각색해 소개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동거 선택 배경이나 이에 따른 고민이 1인칭 시점을 통해 비교적 생생하게 전해졌다는 평가가 돌아왔습니다. 반면 동거 확산이란 사회현상 분석에는 다소 소홀하지 않았냐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현실ㆍ제도의 괴리로 곤경에 처한 사람이 많다면 개선책 모색의 단초가 될 만한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있었습니다. 이에 동거족에 대한 사회 인식과 제도 개선 필요성을 환기할 수 있는 후속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편집자)

회사원 강모(31)씨는 1년 좀 넘게 여자친구와 동거 중이다. 지난해 6월 함께 살기 시작했다. 결혼 계획은 아직 없다. 엄두가 나질 않아서다. 가장이 돼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무엇보다 부담인데다 결혼 뒤 챙겨야 할 새 관계들과 온갖 대소사도 골칫거리일 성싶다. 그런데 최근 시한폭탄이 터졌다. 살림 집을 비워야 할 처지에 놓였다. 친척 집을 시한부로 빌려 살던 터라 언젠가 부딪힐 문제였다. 부랴부랴 돈길을 찾았으나 서울 방값이 만만찮았다. 정부의 주택자금이 지원되지만 대상이 결혼한 신혼부부란 사실을 알고 좌절했다. 강씨는 “결혼 여부 말곤 다 같은데도 한쪽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건 차별 아니냐”고 성토했다.

동거 2년차인 홍모(25ㆍ대전 거주)씨는 동거를 백안시하는 주변 시선이 못마땅하다. 만나는 사람마다 무책임하고 비정상적인 관계를 하루바삐 청산하라고 꾸짖거나, 혼인을 서두르라고 종용하기 일쑤다. 그러나 되돌리기 힘든 법적 관계를 맺기 전에 미리 경험해 보는 것도 괜찮지 않겠냐는 게 홍씨 생각이다. 그는“동거하는 게 죄는 아니지 않냐”고 항변했다.

현실 못 따라잡는 제도

가족을 이루는 방식이 결혼이나 혈연 말고도 다양하다는 생각이 이미 싹터 퍼지고 있는데다 실제 대안 가족 수도 많아지고 있지만, 사회 인식과 제도가 이런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특히 복지 혜택과 법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고통을 호소하는 동거 커플이 많다.

최근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20~30대 미혼 남녀 975명을 대상으로 혼전 동거에 관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66.2%가 연인과 동거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이 10명 중 7명 가까이가 기회가 되거나 결혼 날짜가 잡힌 경우라면 동거할 수 있다고 답변한 것이다. 동거 찬성 비율도 상승세다. 2012년 말 통계청이 공개한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녀가 결혼하지 않고도 같이 살 수 있다는 반응이 45.9%에 달했는데, 이는 2년 전(2010년)보다 5.4%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20~30대의 긍정적 응답률은 이때도 60%를 넘었다.

혼외 동거 증가는 거부감 감소에 따른 현상이다. 정성호 강원대 사회학과 교수는 자기 저서인 ‘20대의 정체성’에서 “기성 세대와 달리 성(性)에 대해 개방적ㆍ적극적 태도를 보인다는 게 젊은 세대의 특징”이라며 “과거엔 음탕한 문화의 부산물로만 폄훼됐던 동거가 이젠 사랑하는 남녀가 자연스레 취할 수 있는 행동 양식 중 하나로 인지된다”고 설명했다.

달라진 결혼관도 원인이다. 올해 여성가족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13~24세 청소년 중 “결혼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힌 응답자 비율이 45.7%로 10년 전보다 7%포인트나 높아졌다. 경제적 요인도 있다. 양극화 사회의 그늘이란 것이다. 팍팍한 고용 환경 탓에 취업에 실패, 결혼을 미뤄야 하는 20~30대나 이혼 뒤 재혼보다 동거를 택하는 중년들이 많다는 분석이다.

사람 취급 못 받는 혼외자

문제는 국내에서 동거하는 두 남녀의 관계를 법으로 보호하는 유일한 가족 제도가 결혼이란 사실이다. 더 심각한 건 결혼을 통해 개인뿐 아니라 가문 간의 결합이 이뤄지고 새로운 가족 줄기가 결혼에서 뻗어 나간다고 여기는, 유교 전통에서 비롯된 보수적 사회 인식이다. 동거가 탈법 영역에 머무는 것도 이렇게 가족 형성 수단으로 결혼만 인정하는 관습 탓이다.

실제 동거 커플의 소외는 폭넓다. 일단 결혼 부부와 동일한 수혜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금융ㆍ세금ㆍ상속과 관련해 법적 부부가 받는 혜택의 경우 동거 커플은 예외다. 신혼 부부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주택자금이나 임신ㆍ출산진료비, 의료보험 지원도 남 얘기일 뿐이다.

당사자만이 아니다. 동거 커플 사이에 태어난 아이 역시 ‘사람 취급’ 못 받기는 마찬가지다.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상 ‘혼인 외 출생자’ 신고 의무자가 생모(生母)로 규정돼있는 탓에 생모와 연락이 끊어지거나 하면 출생 신고조차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없지 않다. 정부 복지 서비스 수급도 언감생심이다. 지민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두 개의 선’(2012년작)에 등장하는 10년차 동거 커플이 결국 혼인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건 선천성 이상아로 출생한 자녀의 수술비를 정부로부터 지원받기 위해선 ‘가족’이 돼야 했기 때문이었다. 또 평생 아이에게 따라다닐 ‘혼외자’란 꼬리표도 떼어주고 싶었다는 게 영화의 설명이다.

효과적인 해법은 제도 개선이다. 선진 제도 벤치마킹이 가장 손쉽고 빠르다. 프랑스가 모범적이다. 이 나라에선 결혼과 단순 동거의 중간 형태인 ‘시민연대협약’(PACS)으로 동거 커플에 대한 법적 지원을 보장하고 있다. 동거 커플이 이 협약을 맺으면 사회 보장이나 납세, 채권ㆍ채무, 임대차 계약 등에서 결혼한 부부와 유사한 수준의 권리ㆍ의무가 부여된다. 네덜란드와 스웨덴 등 동거 커플의 권리를 법으로 보호해주는 국가들이 북유럽에는 흔하다.

10년차 동거 커플이 아이를 갖게 되면서 겪는 혼란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두 개의 선’의 포스터. 시네마 달 제공
10년차 동거 커플이 아이를 갖게 되면서 겪는 혼란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두 개의 선’의 포스터. 시네마 달 제공

“동거 보호는 사회 통합에 기여”

다행히 국내에서도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현재 진선미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률’ 발의를 준비 중이다. 성인들이 당사자 간 합의에 따라 ‘생활동반자’ 관계를 맺기 위해 가정법원에 신고할 경우 정부가 법률적 보호를 제공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동거 커플에게도 소득세 공제,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 등록, 수술 동의, 의료기록 열람 같은 권리를 부여할 관련법 개정 근거도 마련될 전망이다.

진 의원은 “친족 중심 가족제도로 포함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제도의 지체 탓에 정상가족 밖의 사람들이 사회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며 “결혼 밖 가족들의 권리를 보장하면 고독감 감소로 복지 비용 축소와 사회 통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결혼과 상관없이 관계를 유지해갈 수 있는 동거 당사자의 심리적 성숙과 더불어 반드시 필요한 게 이들을 인정해주는 사회적 제도와 분위기 형성”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박소현 법률구조 2부장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동거 커플을 보호할 법적 관계는 사실혼이 전부”라며 “결혼 없이 함께 사는 삶의 형태로 동거가 점차 늘고 있는 만큼 이들을 법ㆍ복지 차원에서 보호할 길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경실 인턴기자(서울여대 언론홍보학과 4)

김상우 인턴기자(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4)

위용성 인턴기자(동국대 문예창작학과 3)

이화정 인턴기자(광운대 전자융합공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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